“김일성, 60년대 ‘반소 친중’ 다짐”

중국과 소련의 이념분쟁이 격화됐던 1960년대 초 북한 김일성 주석(당시 내각수상)이 소련을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다짐한 내용의 외교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17일 연합뉴스가 중국 외교부 문서관리소를 통해 입수한 ‘류샤오치(劉少奇) 중국 주석과 김일성 수상의 회담 보고’ 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류 주석에게 북한은 소련에 반대하는 노선을 걷고 중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주석은 1963년 9월18일 평양에서 열린 류 주석과의 회담에서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등장 이후 소련이 조선 노동당에 압력과 간섭을 행사하며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조선 노동당은 사상적으로 이미 흐루시초프와 갈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노동당은 흐루시초프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흐루시초프의 타도를 마음속 깊이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반(反) 소련 노선을 취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중국이 흐루시초프와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조선은 중국의 입장에 한결같이 설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조선은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 사이에 벌어진 이념 논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소련이 조선을 욕하면 우리도 그에 맞설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최후의 한 노선밖에 없기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고 도망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외교문서는 류 주석이 1963년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주석과 3회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나눈 대담 내용을 중국 외교부가 정리한 것이다.

이 문서는 북한이 1960년대 이후 공산권 양강 체제인 소련과 중국의 이념 분쟁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견지했는지를 명확히 나타내면서 1970년대 들어 주체사상을 통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전의 외교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소련은 1960년에 들어서부터 본격적인 이념분쟁을 겪으면서 중국은 소련을 수정주의로, 소련은 중국을 교조주의로 서로 비판했으며 북한은 중국의 편을 들면서 내정 간섭을 시도해 온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북한학자들은 북한은 당시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 외교를 통해 외교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독자적인 주체사상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1963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편을 든 북한은 1964년 흐루시초프가 실각하면서 소련과의 관계를 회복했고 이후 1966년 ‘내정불간섭과 호상평등’의 자주노선을 선언하고 대중립국 외교의 지침을 삼은 뒤 1970년대 들어 주체사상을 통해 독자적인 공산주의 노선을 걷게 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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