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소련은 믿을 수 없고 중국은 믿지 않는다”



▲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외교문서 중 일부. /사진제공=외교부

북한 김일성이 지난 1980년대 초반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에게 “소련(러시아)은 믿을 수 없고(can’t rely on) 중공(중국)은 믿지 않는다(doesn’t rely on)”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냉전기 소련·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계했던 김일성의 속내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의 몬조 공사는 1980년 3월4일 박쌍용 외무부 정무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최근 홀브룩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시아누크의 면담 내용”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몬조 공사는 시아누크 전 국왕이 김일성에 대해 “남침할 의사가 없고,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며 목 뒤의 혹은 눈에 띌 정도로 크다”고 언급한 사실도 소개했다.

시아누크 전 국왕은 1970년 쿠데타로 실각한 후 북한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의형제를 맺을 만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은 시아누크에게 평양 외곽에 ‘왕궁’에 버금가는 고급 주택을 선물했고, 시아누크는 김일성을 “형제나 친구 이상”이라고 불렀다.

또한 1980년대 초반 북한이 이란·방글라데시 등과 무기수입·공동훈련 등 군사협력을 비밀리에 진행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정무차관보는 1980년 10월6일 몬조 공사와의 면담에서 “이란의 보잉 747 수송기가 매일 평양을 왕래하고 있고, 그 운항시간과 비행편 번호까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미측이 적재물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몬조 공사는 “위성으로도 적재물을 식별하기가 어려우며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다”면서 “관련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박 정무차관보는 같은 해 7월 몬조 공사와의 면담에서는 “세이셸(Seychelles)에서 제복을 입은 북한군이 목격됐고, 방글라데시 군인 100여 명이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미측에 확인을 요청하고 “만일 이 첩보가 확인된다면 북한의 혁명수출과 다름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위의 내용은 외교부가 국민의 알 권리와 학술연구 등을 위해 보존기한이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매년 심사를 거쳐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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