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16년…3대세습과 ‘김 Dynasty’의 소멸

오늘(8일)은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한 지 16년이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새벽 2시에 사망했다. 사망 34시간이 지난 7월 9일 오전 북한 전역의 공공기관, 학원, 직장에 일제히 “정오의 TV에 중대발표가 있으니 모두 시청하라”고 통지되었다. 정오가 되자 검은 옷을 입고 TV에 나온 아나운서는 비통한 어조로 방송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우리의 전체 노동계급과 협동농민들, 인민군 장병들, 지식인들과 청년학생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와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1994년 7월 8일 2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온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


김일성의 사인(死因)은 심근경색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일성 앞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7월 25일로 예정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또 하나는 미-북간 일촉즉발까지 갔던 북한 핵문제였다. 북핵문제는 그해 6월 16일 카터 전 미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과 회담함으로써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김일성은 그해 5월에 눈수술을 받은 데 이어 6월 카터와의 회담, 그리고 7월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고령의 나이에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김일성은 카터와의 회담에서 “우리는 핵을 만들 능력도 없고, 핵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강변했다. 김일성의 이 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도 남한 내에서 ‘유효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끝내 김정일에 의해 2006년,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20년동안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문제를 더 키웠다.


김일성의 사망과 동시에 북한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북한은 더욱 강력한 군사우선주의(선군정치)로 외부의 경제지원을 ‘뜯어내며’ 지금까지 연명해오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는 어떠한 각도에서 보더라도 붕괴가 잠재되어 있을 뿐, 주변의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처럼 ‘지속가능한 체제’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김정일 정권은 지금 3대 세습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김일성-김정일 2대 세습 시기와 지금의 북한이 처해 있는 내외적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70년대 북한은 먹고살만 했다. 먹는문제에서 단백질(돼지고기)도 해결되고 있었다.  냉전체제에 의한 안정된 동서 진영외교가 가동되고 있었고, 공산권 국가 사이의 협력과 지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3대 세습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북한은 핵문제,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시장확대, 인권문제를 비롯하여 전 지구적 세계화·정보화 흐름 등 70년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 시대를 아주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일성 때는 먹고 살았지만, 김정일 때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한 시대의 특징을 획정(劃定)하면서 이보다 더 명쾌한 분류법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김정일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생각은 90년대와는 거의 정반대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대학생만 되면 김정일을 ‘장군님’으로 호칭하는 경우가 없다. 강원도 산골 할머니들이나 진정으로 ‘장군님’으로 부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 체제가 무사히 3대 세습에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최근 김정일의 건강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일의 판단력에 분명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보도와 소식통의 전언이 적지 않다.


물론 김정일이 사망한다고 해서 곧바로 루마니아 차우세스쿠 시기처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어도 3-5년 이상 권력내부가 안정되게 유지될 것으로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는 9월 노동당 대표자회 결과를 보아야겠지만, 이미 김정일의 절대권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성택과 오극렬이 조금씩 당과 군을 ‘나눠먹는’ 기미도 보이고 있다.


만약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오극렬, 장성택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가는 경우, 권력의 향방은 빠르게 두 사람, 특히 장성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북한상황에서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기’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퍼져있다.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져온 하나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인민들은 모두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주의는 개인들의 자기생존 요구가 확대되면서 무너지게 된다. 북한도 천천히, 그러면서 일정 시기에 급격히 무너져 갈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사 60여년의 북한은 김일성에 의한, 김일성을 위한, 김일성의 나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김일성은 북한 땅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지위에서 죽었다. 김정일은 그런 아버지의 그림자 안에서 놀고 뛰어다니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북한 땅에서 김일성의 그림자가 완전히 거두어지는 날은 언제일까? 그것은 결국 현재의 ‘김 왕조'(Kim dynasty)의 소멸, 즉 북한체제의 소멸과 같은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