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연락사무소 생략-수교 교섭” 재차 주장

북한이 그동안 논란이 됐던 미국과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에 대해 ‘불필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수교로 직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해 주목된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7일 6자회담 본회의 및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참석차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연락사무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부상의 언급을 통해 그동안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 정무공사가 연락사무소 개설을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의 전언은 사실관계를 뛰어넘은 자의적 해석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 상임의장도 뒤늦게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김명길 공사는 전반적인 외교관계 수립은 절차상으로 복잡하고 여러가지 단계가 많아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1단계 진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1단계 진전이 무엇이겠냐는 것과 관련해서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내가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재확인한 연락사무소 생략 입장은 부시 행정부 집권내에 북.미수교를 중간단계 없이 빠르게 진전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이나 리비아 등 적성국과 수교로 가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신뢰 구축과 수교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파기가 가능한 연락사무소 보다는 수교를 통한 대사관 교환설치에 선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북한은 정식 수교도 맺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혁명의 수도’라고 하는 평양에 설치돼 성조기가 휘날리는 상황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와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하고도 북한은 합의 이행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외무성에 제출한 연락사무소 설치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설치와 취소를 5번이나 오락가락하다가 ‘보류’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을 종합할 때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거치는 중국식이나 리비아식 보다는 곧바로 수교로 직행을 했던 베트남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수교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깨끗이 해결돼야만 한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본격적인 수교교섭은 1994년부터 시작돼 1995년 12월 수교가 이뤄져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성사됐지만 수교논의가 1977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당시 베트남은 캄보디아 괴뢰정권 지원, 미군유해송환 문제 등 미국과 양자현안을 모두 해결하고서야 수교협의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에도 현재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미국과 쟁점이 됐던 불법행위나 미사일 문제 등까지도 풀려야 수교가 가능할 것인 만큼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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