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北선박 회항’…승선 네차례나 거부

지난달 말 발생한 북한 선박의 ‘수수께끼 회항’ 사태가 베일을 벗고 있다.


미사일 관련 무기를 싣고 미얀마로 향하던 화물선의 검색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동남아국가들 사이에 첨예한 외교적 대치와 군사작전이 펼쳐졌던 ‘제2의 강남호’ 사건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2일 인터넷에 올린 ‘미국, 북한 미사일 화물 되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숨 가쁘게 전개됐던 외교전의 뒷얘기를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 당국자들은 미얀마 쪽으로 향하던 ‘라이트호(M/V Light)’라는 이름의 북한 화물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과 미얀마 사이의 미사일 밀거래를 늘 의심해왔던 데다 해당 선박이 과거에도 불법 수송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사일 부품을 선적한 것으로 의심해온 미국은 맥캠벨(McCampbell)으로 불리는 미 해군 소속 구축함을 급파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선박이 중미국가인 벨리즈 소속이라는 점이다. 통상 북한 선박은 운행상의 편의와 조세부담 회피 등을 이유로 중남미 국가의 국적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벨리즈는 바로 미국이 추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회원국가다.


PSI 회원국은 대량살상무기 의심물자를 선적한 선박에 대해 검색ㆍ조사를 하는데 협조를 하도록 돼 있다. 벨리즈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해당 선박에 대한 검색ㆍ조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상하이 남쪽 부근에서 맥캠벨호는 M/V 라이트호에 네 차례에 걸쳐 검색을 위한 승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주목할 점은 백악관이 지난 2009년 강남호 회항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강제 승선’에 난색을 표한 점이다. 자칫 교전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미국은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당시 워싱턴에서는 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 Asian Nations) 관료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미얀마도 포함돼 있었다.


승선을 거절당한 바로 다음날인 27일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백악관의 한 빌딩에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상대로 북한과 M/V 라이트호에 대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특히 이들 관리에게 미얀마로 향하고 있는 라이트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기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의 내용을 상기시켰다.


이에 미얀마 관리들은 미국이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항변했다는 후문이다. 미얀마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사들이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미얀마 측은 최근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조시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얀마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사들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미얀마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은 특히 사거리가 350마일 정도인 미사일이 선적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인도, 중국, 태국, 라오스까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다.


며칠 뒤 M/V 라이트호는 공해상의 한가운데 멈췄고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북한으로 향했다. 미국의 정찰기와 위성이 라이트호를 뒤쫓았으며 라이트호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도중 엔진고장을 겪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기사는 “이번 사건은 드문 승리”라면서 “유엔 제재 집행을 위해 외교적 압박과 미 해군의 군사작전이 잘 결합된 사례”라고 밝혔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