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출신 李대통령 정치적 측면은 더 기다려봐야”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달 초순 방북한 독일의 하르트무트 코쉬크 연방하원 의원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 등의 “행동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방북단 일원인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가 17일 밝혔다.

특히 코쉬크 의원 일행이 지난 5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를 묻자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괜찮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고 젤리거 대표는 전했다.

젤리거 대표는 그러나 당시 자신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모른 채 일상적인 안부 차원에서 물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궁석웅 외무성 유럽담당 부상 등은 북한이 현재 “핵폐기 절차를 중단”한 상황이며 “앞으로 미국이 얼마나 진심으로 화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핵폐기 절차 중단 등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고 젤리거 대표는 전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북한이 냉각탑을 폭파한 사실도 상기시키고,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지연되고 있는 문제 뿐 아니라 무역 제재 해제, 에너지 및 식량 공급 등의 약속도 거론하며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식량지원 같은 문제에서 자기가 할 것을 안 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젤리거 대표는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지만 북한은 이 문제들을 (남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고, 특히 궁석웅 외무성 부상은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지 얼마 안됐고,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측면은 좀더 기다리면서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젤리거 대표는 전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때문에 기존에 지속돼 오던 접촉이나 관계가 상당히 단절돼 냉전 때처럼 얼어붙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종혁 부위원장은 “두번에 걸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의 내용이 잘 지켜지고 준수되는 것이 남한의 새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고 지속해 나가기 위한 전제가 된다”고 말하고 “민간단체 차원의 접촉과 교류가 끊어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다시 접촉해 상황이 진척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리거 대표는 “북한 관계자들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많이 얘기했다”고 설명하고, 그들은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코쉬크 의원 일행이 북한의 식량사정에 관해 물은 데 대해 북한 관계자들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말하고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독일이 1995년부터 식량을 지원해주는 데에 사의를 표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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