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합의 이끈 주역들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 ‘2.13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석대표에 오른 이후 10개월 동안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다 지난해 12월에야 5차 2단계 회의에서 지각 신고식을 치른 천 본부장은 전임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에 이어 6자회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서를 만드는 ‘행운’을 안게됐다.

천 본부장은 지난 7일 베이징 도착 1성으로 “북한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하고 5개국은 합리적 상응조치를 취함에 인색하거나 주저해선 안될 것”이라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실제로 그 역할을 충실해 해냈다.

특히 북한과 미국, 일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에너지.경제 지원 협의에서 천 본부장은 주도권을 쥐고 협의를 이끌며 미묘한 입장차를 적절히 조율했다.

다자외교에 오래 몸담은 군축 전문가인 천 본부장은 나름의 논리로 무장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논리공방을 벌여가며 그들의 요구수준을 제시단계에서 끌어내리는데 애를 썼다.

그는 또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분담 문제와 관련, 한국이 모두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씻고 5개국 분담안을 관철시키는 개가도 올렸다.

차석대표인 임성남 북핵기획단장과 한충희 북핵기획단 심의관, 문덕호 북핵1과장 등은 외교부 당국자들과 9.19 공동성명에 이어 이번까지 두번의 합의도출에 잇달아 참여하게 된 박선원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도 숨은 공로자다.

그리고 한국 대표단의 뒤에는 ‘든든한 큰 형님’같은 송민순 장관이 자리해 사실상 북핵외교를 배후 지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송 장관은 2.13 합의를 놓고 북.미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중요한 순간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긴밀히 협의하며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후문이다.

합의의 열쇠를 쥐고 있던 김계관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또한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베를린 회동에서 살려낸 회담의 동력을 이어갔다.

아울러 의장격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또한 5개국 수석대표들과 각개격파식 연쇄 양자협의를 해가며 고비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일본.러시아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의 이름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사에 국장은 이번 회담에서 납치 문제 해결 전에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때문에 자칫 홀로 배에서 뛰어내리는 악역을 맡을 뻔 했다. 그러나 그는 본국 정부와의 조율 끝에 비록 초기 지원에는 동참하지 않는 대신 `균등한 분담’ 방안 원칙에는 수용함으로써 합의문에 자신의 서명을 써 넣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회담이 타결의 문턱에서 교착 상태를 맞았던 12일 오후 댜오위타이에서 김계관 부상과 양자대화를 진행, 이번 합의 도출에 중요한 전기를 만들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