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논의, 파격적 신뢰구축제안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6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재래식 무기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남북의 재래식 무기 수준과 실제 군축협상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재래식 무기 군축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현재 단절된 군사 당국 간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남북간 전면적인 신뢰구축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논의가 답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 감축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재래식 무기감축 과연 논의될까 = 이 대통령의 재래식 무기 감축 언급은 단계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제안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선 `정치적 신뢰구축→군사적 신뢰구축→구조적 군축’이란 단계를 설정하지만 이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군사 신뢰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적 군축, 즉 군축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계성을 뛰어넘어 핵문제를 포함해 모든 정치.군사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용의가 있다는 의사 표명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을 뛰어넘어 구조적 군축도 논의하자는 것은 군축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인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문제에서 진전이 없고,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도 질적으로는 남한이 북한을 이미 역전시킨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 감축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남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축협상 제안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남북 간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남북 모두 상대측의 선(先)조치만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축협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KIDA의 김태우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긴장 해소는 물론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축협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적어도 대화와 긴장완화 조치가 군축논의와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현재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을 자처한 북한이 미국과의 핵군축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에서 남한과 재래식 무기 감축을 논의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날 재래식 무기감축 언급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현재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의 제안은 남북관계에 대한 원칙적 언급으로 본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군축제안에 담은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남북, 재래식 무기 현황 = 남한은 재래식 전력 면에서 북한보다 수적으로는 열세이지만 파괴력과 정확도, 기동성 등 전투력은 뛰어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은 3천9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연장 로켓과 방사포는 5천100여문, 지대지(地對地) 유도무기는 100여기를 배치하고 있다.

장갑차와 야포는 2천100여대와 8천500여문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상군 전력의 70%가 평양-원산 이남지역에 배치돼 있다.

특히 휴전선 일대에 집중배치돼 수도권을 사정으로 하는 1천여문 이상의 장사정포는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해군 전력의 경우 기뢰부설과 수상함 공격 및 특수전 부대의 침투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을 70여척 보유하고 있다.

수상전투함과 상륙함, 기뢰전함, 지원함은 각각 420여척, 260여척, 30여척, 30여척을 갖고 있고 수상전투함의 60%가 전진배치돼 있다.

공군 전투임무기는 840여대에 이르며, 이 중 약 40%가 평양-원산 이남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공중기동기와 감시통제기는 각각 330여대, 30여대, 훈련기와 헬기는 각각 180여대, 310여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남한의 경우 장갑차는 2천400여대, 야포는 5천200여문을 보유하고 있다.

지대지 유도무기는 30여대(발사대)를 갖고 있으며 전차는 2천300여대, 다연장 로켓 및 방사포는 각각 200여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군전력의 경우 전투함과 상륙함이 각각 120여척과 10여척이며 기뢰전함과 지원함은 각각 10여척, 20여척을, 잠수함도 1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투임무기는 490여대로, 북한 공군에 비해 350여대가 적다.

공중기동기와 훈련기는 각각 40여대, 170여대며 감시통제기는 50여대, 헬기는 68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병력의 경우 남한은 65만5천여명이지만 북한은 119만여명으로 거의 두 배에 달하며 예비병력 역시 남한 304만여명, 북한 770만여명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이처럼 남북의 재래식 전력을 비교하면 수적으로는 북한이 우세하지만 남한의 경우 최신예 F-15K 전투기는 물론 미사일을 탐지해 격추할 능력을 보유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2전차, K-9자주포 등 질적인 면에서는 월등히 우세한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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