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떠나는 김승규 원장

김승규(金昇圭)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을 떠나게 됐다.

김 원장이 2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수리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무장관에 재임하다 제27대 국가정보원장으로 작년 7월 11일 취임한 지 1년 3개월 여만이다.

그가 취임사에서 내세운 것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과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기본 사명은 국내외에서 질 좋은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적시에 배포해 국가안보와 국익증진에 최대한 기여하는 것”이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과거의 타성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

인권 침해나 정치관여, 권한남용 등 어두운 과거를 과감히 버리고 “반드시 해야할 일은 당당하고 의연하게 수행하되 해서는 안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민이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런 `지휘방침’이 구체화되기도 전인 취임 10일 만에 김 원장은 `어두운 과거’에 해당하는 이른바 `X파일사건’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특수 도청팀인 ‘미림팀’의 불법감청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내부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고백’을 통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 원장은 작년 8월 5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저희가 확인한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한 뒤 “저희들은 이제부터 백지에 국가정보원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임 기간 무난하게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정원 내에서도 비교적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보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산업보안과 국제범죄, 대테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림팀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조직에 메스를 대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는 신규 분야에 대한 인력 재배치를 통해 조직의 효율화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산업스파이 적발 건수가 지난 해 급증하고 대테러 체제도 체계화됐다는 후문이다.

또 자체 생산정보를 지원하는 분야를 민간 및 경제 쪽으로도 확대한 것도 성과로 거론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본연의 업무’에 속하는 대공 수사 파트에도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이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소신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 등에게 국내 정보를 넘겨온 화교 출신 간첩을, 8월에는 4차례나 국적을 세탁한 북한 직파간첩을 적발했고 최근에는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 그는 정통 공안 출신은 아니지만 오랜 검찰 경험을 토대로 수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형 간첩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은 정치적 공방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정원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5일 북한 미사일 발사 때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구설수에 올랐고 10월 9일 북한 핵실험 때는 정보력 부재를 질타하는 지적에 직면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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