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쟁영웅 매케인’ 대북정책은?

‘베트남전 전쟁 영웅’으로 잘 알려진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지난 5일 ‘슈퍼 화요일’ 경선의 압도적 승리로 이끌면서 사실상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그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케인 후보는 공화당 내에서 ‘이단아(maverick)’로 불렸다. 불법 이민자 구제, 선거자금 모금의 투명성 강화 등을 주장해 당내의 큰 반발을 샀고, 이민·선거자금 개혁 문제 등을 다루면서 민주당과 협력하는 모습에 골수 공화당원은 그를 배신자로 여겼다.

1967년 베트남전에 지원해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그는, 베트콩 주둔 지역을 공습하다 격추당해 5년 반을 포로수용소에서 보낸 뒤 1973년 3월 귀환했다. 때문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이란, 그리고 북한 등 대외 문제나 군사 현안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도 시종일관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 왔던 게 사실. 다만 그는 북한을 ‘불량정권’으로 인식하면서 핵폐기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자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매케인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북한과 같은 불량 정권이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할 잠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향후 대북 협상을 통해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일본인 납치, 테러 지원 및 무기 확산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선 “일종의 매수나 달래기다. 한국 국민들이 별로 안 좋게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한국과의 경색됐던 관계를 쇄신하고 경제,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매케인 후보는 2년 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식량지원자금이 북한 무기개발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며 북미 양자합의인 ‘제네바합의’를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시애틀 연설에서도 북한을 ‘아시아 최대의 안보위협국’으로 규정, 북한의 ‘2·13합의’ 불이행을 우려했다.

김정일 정권 하의 ‘인권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이 계속 북한에 투자하고 돈을 주고 관광을 장려하면, 나에겐 북한의 인권상황에 충분히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민주당 후보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대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그는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8일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열린 유세에서 “클린턴과 오바마의 주장대로 이라크 철군 계획을 발표했다면, 알 카에다는 미국에 대한 승리를 축하했을 것”이라며 “나는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매케인의 이 같은 대(對) 북한이라크에 강경 입장을 놓고, 그가 집권할 경우 부시 대통령 초기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담당국장을 지낸 게리 세모어 박사는 4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공화당이 집권하면 현재의 지루한 북핵 과정을 시간낭비로 판정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북협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매케인 의원은 북한 정권을 불량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해왔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미 본토 공격 위협성을 강조하면서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이 집권한다면 북한의 정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국의 PSI(대량살상무기확산 방지구상) 적극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의 대화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은 낮지만 매케인 후보가 6자회담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지 않은 점을 볼 때 6자회담을 통한 지루한 외교적 해법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외교정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케인 후보는 9일 현재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천191명 중 719명(AP통신 집계)을 확보해 2위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198명)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행보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허커비 전 주지사가 공화당내 보수파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점을 들어 매케인 상원의원의 ‘런닝 매이트’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커비는 9일 열린 캔자스 주와 루이지애나 코커스에서 매케인 상원의원을 제치고 승리했다. 허커비는 앞서 공화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중도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