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창설 60주년 맞아 검사와 검찰직원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파급효과를 미쳤거나 반성의 계기가 된 20대 사건’을 설문조사 한 결과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 은폐 사건’이 1위로 선정됐다.
검찰은 “창설 6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검찰에서 수사한 사건 중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쳤거나 반성과 개혁의 계기가 되었던 사건을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 은폐 사건’ 등 총 20대 사건을 선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 은폐 사건’은 설문지에 제시된 60대 사건 가운데 응답자의 67%인 2천500명의 표가 몰렸다.
이 사건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 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것을 경찰이 은폐하려 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검찰은 언론을 통해 경찰의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고문행위자들을 구속기소하고 두 차례에 걸친 재수사를 통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경찰 간부들을 구속 기소했다.
2위로는 ‘12·12 및 5·18 사건’, 3위로는 ‘불법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뽑혔다. 검찰은 나머지 17대 사건에 대해서는 순위 공개 없이 시대순으로 열거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1949년 ‘임영신 상공부 장관 독직기소 사건’이었고,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 배후규명 사건’,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 ‘명성그룹 사건’, ‘오대양 집단변사 배후규명 사건’, ‘슬롯머신 비리 사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지존파 사건’, ‘한보비리 사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IMF 공적자금 비리 사건’, ‘SK 분식회계 사건’도 주요 사건으로 선정됐다.
한편, ‘태영호 납북귀환 어부 간첩 사건’과 ‘부천서 성고문 사건’, ‘대전 법조비리 사건’, ‘서울중앙지검 폭행치사 사건’ 등 4개의 사건은 검찰이 반성의 계기로 삼았던 사건으로 열거됐다.
[다음은 20대 사건 목록]
▶현직 상공부 장관 독직 기소 사건(1949년) = 검찰이 당시 상공부 장관 임모씨 등 16명을 수뢰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중단을 지시하고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었었다.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 배후 규명 사건(1956∼1960년) = 1956년 9월28일 장면 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최모 씨와 김모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집권당이던 자유당 간부와 내무부 장관, 치안국장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1966년) = 삼성그룹 산하였던 한국비료가 일본으로부터 사카린 원료를 건축자재 명목으로 밀수입한 사실을 적발한 사건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밀수에 연관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태영호 납북귀환 어부 간첩사건 (1969년) =‘태영호’ 어부들이 1968년 7월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뒤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이다. 올해 7월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이들은 간첩누명을 벗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1982년) = 부산 미문화원 방화로 건물이 불타고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문모 씨와 김모 씨 등 관련자 15명을 구속한 사건. 주범 문 씨에게 은식처를 제공해 준 최모 신부에 대해 범인 도피죄가 성립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대법원은 성직자라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1982년) = 이철희·장영자 부부가 기업체에 접근해 자금지원 대가로 지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고서 사채시장에 유통하는 수법으로 2천억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시건이다. 장 씨 부부는 물론 은행장 2명과 내로라하는 기업인 등 32명이 구속됐고 장 씨의 형부이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씨도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유례없는 거액의 사기 사건으로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경제 부정사범 척결을 위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명성그룹 사건(1982년) =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 등이 고위관리와 결탁해 세금포탈과 금융부정을 저지른 사건으로 국세청 고발에 따라 수사했다. 김 회장에 대한 탈세 혐의, 시중은행 직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 전 교통부 장관 윤모 씨의 뇌물 수수 혐의 등 총체적 비리를 규명한 사건이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1986년) = 서울대생 권인숙 씨가 1986년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했다 문모 경찰관에게 성고문을 당한 사건으로 검찰은 문 경장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재정신청을 통해 처벌됐다. 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 사건(1987년) = 경찰은 박 씨의 사망에 대해 단순 쇼크사로 보고했으나 검찰은 부검 지휘를 통해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이란 사실을 규명했다. 재수사를 통해 고문행위에 가담한 경찰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경찰 고위간부들을 구속 기소했다.
▶오대양 집단변사 배후 규명 사건(1991년) = 1987년 용인에서 발생한 오대양 대표 박모 씨 등 32명이 숨진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사건이다. 박 씨 등이 오대양의 계율을 어긴 3명을 집단 구타하여 숨지게 한데다 사업과정에서 신도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자금 압박까지 겹쳐 집단 자살을 결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슬롯머신 관련 비리 사건(1993년) = 슬롯머신의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 형제를 탈세 혐의로 구속한 뒤 박철언 전 의원 등의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는 등 정관계의 구조적 비리를 규명한 사건이다.
▶지존파 연쇄납치 살인 사건(1994년) = 감옥과 소각로를 만들어 놓고 5명을 연쇄 납치하여 살해한 ‘지존파’ 두목 김모 씨 등 7명을 살인 및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관련사건(1995년) =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을 처벌하면서 사법적 해결을 통해 역사의 공과를 규명한 사건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지만 역사바로세우기 일환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이들을 처벌했다.
▶한보비리 사건(1997년) =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대출 편의 및 국정감사 선처 명목으로 홍인길 전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은행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다. 정경유착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대표적 사건이다.
▶대전법조비리 사건(1999년) = 대전의 부장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1994∼1997년 7월 법원·검찰의 전현직 간부 등 100여명에게 소개비와 알선료 조로 1억1천여만 원을 건넨 사건으로 법조계 내부 자정 노력의 계기가 됐다. 이 변호사는 사건 소개 대가로 수임료 일부를 지급키로 약속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2001년) =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등 임직원이 41조 원 상당을 분식회계하고 이를 근거로 사기 대출을 받고 해외에 재산을 도피시킨 사건이다. 갖가지 형태의 분식회계 기법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대기업 회계분석 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IMF 공적자금 관련 비리 사건(2001∼2005년) = 국세청·금융감독원 등 7개기관과 함께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을 편성해 IMF 사태 직후 공적자금을 사용한 뒤 갚지 않는 부실기업주 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인 사건이다. 기업, 은행 임원, 대주주 등 106명을 구속기소했으며 568억6천만 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독직폭행치사 사건(2002년) = 서울지검 수사관들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 씨 등 피의자 8명을 조사하며 구타 및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해 조 씨를 숨지게 한 사건이다. 홍모 전 검사는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인권보호수사준칙 제정 등 인권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됐다.
▶SK그룹 분식회계 비리 관련사건(2002∼2003년)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조5천587억 원 상당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하고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비상장주식인 워커힐호텔 주식을 과대평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최초로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부당내부거래를 처벌한 사건으로 살아있는 대기업에 대한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사건(2003∼2004년) =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력대선 후보 캠프에서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적발한 사건이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행위를 대대적으로 적발해 정경유착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고 기업의 건전성을 제고시킨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