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놓고 힘겨루기 돌입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10일 오후 수석대표회담 개막을 앞두고 북한의 핵신고에 따른 ‘검증’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일단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 수석대표 중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 회담이 검증체계를 마련하는 ‘검증회담’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북한도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인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과 일본의 지원 참여에 우선적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핵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9일 “이번 회담은 검증회담”이라며 “이번 회담에서는 검증체계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입만 열면 ‘검증’을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지속적인 양자접촉 과정에서 신고서 내용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검증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검증단의 영변 현장 방문과 북한 핵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검증을 위한 추가서류 제공 등에도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원칙에 대한 의견 일치에도 불구하고 검증체계를 논의하는 과정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내용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과연 누가 검증할 것인가 하는 ‘주체’의 문제다.

검증과 사찰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방안,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검증기구를 만드는 방안, 6자회담 틀 속에서 별도의 실무그룹을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열띤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 사찰과정에서 북한이 IAEA에 상당한 불신을 표출했으며 이 같은 불신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별도의 기구 출범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일본과 한국이 검증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도 승강이가 오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본은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한국만 소외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검증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검증 대상과 장비 반입, 시료채취, 접근권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검증 대상과 관련, 북한은 핵신고서에 적시한 시설로 국한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참가국들은 이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핵확산 의혹 등이 제기된 만큼 신고시설 외에도 의혹시설 전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검증대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따른 남북한 동시사찰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조사단이 검증과정에서 언제, 어디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완전한 검증을 보장할 수 있지만 북측은 주권침해를 들어 이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료채취 문제는 2차 북핵위기를 만들어낸 UEP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최신 기술은 시료분석을 통해 나노(10억분의 1)나 피코(1조분의 1) 단위의 핵물질도 검출할 수 있어 은닉시설까지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이 방안도 덜컥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은 이런 사정들을 감안한 듯 “핵신고서 검증 문제를 놓고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검증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미국과 우리 대표단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아직 일반적으로 검증 이행계획에 대해 얘기는 했고 일반적인 원칙은 얘기했지만 구체적 얘기가 나오면 북한이 어떤 구체적 입장을 내놓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서는 적어도 8월11일 이전에 검증체계를 위한 합의를 마련해 미국 의회에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명단 삭제에 더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마냥 버티기로만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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