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수사.코드인사 논란

국회 정보위의 20일 김만복(金萬福)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찰이 수사중인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의 간첩단 사건 성립 여부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검찰 수사 중이라 미리 말할 수 없다”고 서면 답변한 것을 놓고 상황 인식과 수사 의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간첩단 의혹 사건임에도 수사 사실이 사전에 유출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김 후보자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및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 인맥이어서 `코드인사’로 볼 수 있다며 몰아붙였고,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등 제도개혁을 촉구했다.

◇`간첩단 사건’ 논란 = 한나라당 박 진(朴 振) 의원은 “2003년부터 3년간 내사했고, 이미 검찰에 송치했는데도 사건의 실체를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간첩단 사건을 애써 축소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같은 당 송영선(宋永仙) 의원도 “국정원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마이클 장, 이정훈, 손정목씨 등 5인을 이미 고정간첩으로 명시했다”면서 “이는 김 후보자의 `정치적 답변’과는 상반된 것으로 정권의 판단에 따른 입장 정리를 위해 검찰로 공을 떠넘기는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지난달 24일 간첩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안보수사국장에게 수사상황 보고를 요청했고, 김승규 원장이 `가지말라’고 지시했음에도 제 2차장이 수사국장을 차에 태워 청와대로 가는 등 수사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있다던데 알고 있는가”라고 추궁했다.

그는 또 “김승규 원장의 증인 출석을 무산시키기 위해 여당은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당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간첩단 의혹 사건은 특성상 기소단계에서 공개하는 것이 기존 관례였지만 이번 사건은 영장 청구단계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고 지적하고, “김승규 원장이 수사 중인 사건의 성격을 미리 (간첩단 사건으로) 재단한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문희상(文喜相) 의원도 “수사가 종결도 되기 전에 언론에 보도된 경위는 매우 잘못됐음을 지적한다”며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정보기관 재직 중 취득한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정보기관 전.현직 직원의 기본자질이 안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코드인사 =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임기 말 `믿을 건 고향밖에 없다’라는 생각에서 자기 출신 지역 인사를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앞으로 국정원의 정치화는 불가피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내년 남북정상회담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지명된 것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던 전력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국정원 관계자는 차기를 노리는 김만복 차장과 김 원장간 알력이 상당했다고 전했다”며 “김 후보자는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과 청와대 386인 전해철 민정수석의 도움으로 원장에 추천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우리당 원혜영 의원은 “김 후보자의 성실성과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이번 국정원장 발탁의 가장 큰 계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장 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희상 의원도 “객관적으로 역대 국정원 책임자들을 살펴보니 김 후보자가 가장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점이 코드인사라면 김 후보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도 동향 아니냐”라며 “코드인사 논란은 `논란을 위한 논란'”이라고 힘을 보탰다.

◇국정원 개혁.국보법 폐지 논란 = 우리당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과거청산과 국정원의 제도개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국정원이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수집권은 갖되 거기에서 나온 단서 같은 것은 고발과 협조를 통해 검찰 지휘를 받는 것이 여러 제도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수사권 폐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김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국정원의 수사권에 대해서는 `계속 보유’ 입장을 밝혔지만, 국정원 수사권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는 `남용 소지를 없애고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불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중적 태도는 국정원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중앙정보부 시절 학원사찰 업무에 관여했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희상 의원은 “최근 전직 국정원 간부가 김 후보자를 놓고 `중정 시절 운동권 탄압’ 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것과 관련,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로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국정원 과거사위원회’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내년 정권이 바뀌게 되면 지금의 과거사위 활동의 적정성 여부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공성진), “과거사위는 지나치게 이념 편향으로 흐르고 있다”(송영선)고 비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