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천안함’ 톤 조절…中 참여 ‘명분’ 주나

미국이 28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으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군사공격이지 국제 테러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묘한 시점에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최종 조율·결정 단계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까지 대(對)중국 압박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폐막한 G20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향해 “의도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 소행을) 눈감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회담에서 나는 매우 직설적(very blunt)이었다”고 말문을 연 후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계속되는 문제들을 의도적으로 눈감는 것은 다르다”며 중국의 ‘북한 감싸기’를 압박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전날 중국에 상당히 ‘이례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였던 미국이 하루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대(對)중 설득을 위한 수위조절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천안함 사건 이후 독자적 대응조치로 금융제재와 함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를 검토해 왔던 미 행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북한과의 ‘혈맹’을 강조해온 중국에 유엔안보리 대북결의 참여의 명분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천안함 이후 논의될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염두에 둔 행동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도 28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책임 있는 나라”라며 중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지만, 전날 동포간담회에선 “남도 도와주는데 북한을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도 한반도 긴장악화를 바라지 않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한국 입장에 전폭 지지하지만 냉정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이후 6자회담 재개 문제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중국에게는 적정한 선에서 매듭을 짓자는 메시지를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미의 ‘톤’ 조절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천안함 대북제재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후 주석도 전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 ‘긴밀히 협의하겠다’ 등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대로 중국 역시 일정 수준의 양보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도)한·미의 계속된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 역시 천안함 사건으로 6자회담 재개가 계속 지연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갖고 있어 안보리에서의 전향적인 태도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결의안, 의장성명 보다 낮은 수위의) 언론 성명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선 유엔안보리 대응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8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 수준이면 용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 다수 제기된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29일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어떤 형식이든 G8 공동성명 수준의 내용을 담는다면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G8 공동성명이 북한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북한을 비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G8 정상들은 최근 ‘한국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며 이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민·군 합조단 조사결과의 맥락에서 이를 야기한 공격을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여전히 ‘천안함=北소행’이란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북한에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스스로 져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앞서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이 담아야 할 최소한의 내용으로 ▲북한 지목 ▲규탄·비난 ▲사과·보상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 5개 사항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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