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선행조치’ vs 北中 ‘조속재개’…6자회담 신경전

지난달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재개 조건을 둘러싸고 향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6자회담 관련 북한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조속한 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난 6일(현지 시각)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조속한 시일 내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한미일은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한의 비핵화 약속만 믿고 진행된 6자회담의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10일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중인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2·29합의 + 알파(α)’ 등을 이행해야 진정성 있는 변화로 판단하고 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이미 이행을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들을 취하는 데 있어 훨씬 더 강한 의지를 보일 때까지 6자회담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견해”라며 “우리가 (비핵화에서)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인지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물론 한미는 북한의 유화 제스처와 중국의 적극적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러한 행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향후 6자 관련국과의 접촉을 활발히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대(對)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잇따라 한중일을 순방하고 6자재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북한을 다녀온 이후 6자회담 각국 대표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1·5트랙’ 성격의 회의를 열자고 당사국에 제안하며 협상안을 내놨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이에 대해 “아직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에 관해 중국 당국과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