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왕조’ 3대 세습 더 이상 지켜볼 일 아니다

27일, 김정일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군사칭호를 주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정은을 당 중앙위원과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혔다.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사실상 공식화했다.  


김정일은 여동생인 김경희에게도 대장칭호를 부여했다. 당대표자회에서 김경희는 당중앙위원회 부장과 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지난 6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던 매제 장성택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군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게 됐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리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일에게 대장 군사칭호를 받고 김정은과 나란히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대장 군사칭호를 받고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오른 최룡해도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정일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위원회 총비서, 당중앙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다시 맡았다. 이로써 김정은의 아버지, 고모, 그리고 고모부와 그 측근들이 대거 포진된 당직개편이 완료됐다. 아버지 김정일이 총지휘하고 당과 행정은 김경희와 장성택, 군은 리영호가 앞장서서 김정은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정권세습의 조직적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주목해야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북한 사회는 지상낙원도, 사회주의 강성대국도 아닌, 봉건왕조사회라는 것이 또 다시 드러났다. 북한 통치자들에게는 근대 이후의 보편적 가치가 된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인권과 평화 같은 개념조차 없다. 그런 사회를 이상사회로 믿고 반미자주와 조국통일운동을 간판으로 내걸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꿈꾸는 극소수 진보운동세력이 우리 사회 일각에 아직도 존재한다. 친북운동세력은 지금이라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3대 세습 사건을 직시하고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반동적인 사회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둘째, 김정일 체제는 국가의 모든 역량을 사상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폭력적 통제장치를 만드는 데 소모하여 세운 기형적인 체제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일가와 그 지지층이 당직을 모조리 독식한 것은 한편으로는 북한의 통제체제가 여전히 굳건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수령체제의 통제력이 약화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27세에 불과한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여동생에게 ‘대장’ 칭호를 내리고, 친족과 친족 지지층으로 당직을 대거 물갈이 하지 않으면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수령체제의 통제력이 약화되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3대 세습이 성공할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포스러운 절대권력을 유지해온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김정은 체제는 혼란과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의 이행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 적지 않다면 지속적인 관찰과 급변 사태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셋째, 김정일 정권의 반민주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일부 북한 주민들이나 국제사회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혹시 무너진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전면적인 개혁개방은 아니더라도, 현재 북한 사회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장마당을 일부 인정하고 그것을 체제내로 흡수하는 현실적인 제도 손질이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화폐개혁의 철저한 실패로 경제정책의 변경이 아니고서는 경제 회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김정일 정권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도 김정은 체제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이번 대표자회에서는 그와 같은 정책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둘러 세습체제를 위한 조직개편을 마치는 것에 그쳤다. 44년 만에 열린 당대표자회였다. 30년 만에 열리는 사실상의 당대회였다. 그런 대회에서 북한 사회가 나아가야할 길이 제시되지 않았다. 굶주리는 인민들을 위한 정책적 조치나 내놓지 않았다.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권력과 주민들의 행복 중에서 무엇을 얼마나 더 소중하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나타났다.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개혁개방조치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3대 세습 작업을 위한 김정일 정권의 태도를 볼 때, 2천3백만 동포의 노예와 같은 삶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경험했다. 수백만 인민을 굶겨죽이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독재체제의 연장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그 체제를 끝내기 위한 노력을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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