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北 합의 주시

미국 행정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교류사업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번 합의가 향후 남.북은 물론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 행정부는 이런 보도가 현지시간으로 일요일 저녁에 날아든 탓인지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일단 이번 합의가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유화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한이 지난해 말 6자회담 판깨기를 시작으로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 2차 핵실험 등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으나, 최근 미국적 여기자 2명 석방, 개성공단 한국인 근로자 석방 등을 통해 대화로 U턴하기 위한 명분쌓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뿐아니라, 억류 중이던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를 석방하고, 현대와 교류사업에 합의한 것은 미국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대내외에 전달하려는 적극적인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들만 석방하는 선에서 미국에 대화를 `구애’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 진정성을 의심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남북관계에서도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는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 보수진영에서는 최근 북한의 유화조치가 김 위원장의 입지만 강화시켜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 보수진영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뒤에야 방북의 성과물을 챙길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김 위원장의 존재감만 부각시키는 꼴이 됐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다.

이런 여론이 있음을 감안, 미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면서 북한의 대화테이블 복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여전히 6자회담의 틀 내에서만 북한과 양자대화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다자회담 틀 복귀를 견인해 내기 위한 차원의 북.미 직접대화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이런 점에 기대를 갖고 당분간 지속적으로 미국의 환심을 사는 유화제스처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워싱턴의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맞물려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대북제재 전담반이 이번 주 싱가포르, 태국, 한국, 일본 4개국을 순회 방문하면서 북한의 최근 긍정적인 신호에 `신축적인 제재’로 화답할지 주목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874호와 1718호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이를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왔으나, 북한이 대화 쪽에 문을 연다면 제재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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