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2단계 합의 승인…비핵화 중반 문턱 진입

미국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를 목표로 한 베이징 6자회담 비핵화 2단계 잠정 합의를 2일 최종 승인함으로써 6자회담은 마침내 초반을 넘어 중반전에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베이징 북핵 6자회담 합의문 초안을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중국이 회담 당사국들의 승인을 얻어 하루, 이틀 내로 공동합의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의 전면 해결로 가는 5부 능선 정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비핵화 2단계 이행의 세부 시공도면이 금명간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긴박했던 미국 승인 발표 = 중국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2단계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뒤, 각국 수석대표들은 본국과의 협의를 위해 일제히 베이징을 떠났다.

회담 소식통들은 중국측 초안의 최종 채택 확률이 99% 이상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했지만, 힐 차관보가 가지고 온 합의문 초안을 부시 행정부가 최종 승인할 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렸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힐 차관보를 비롯한 각국 수석대표들이 6자회담을 휴회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것은 합의문에 전화로 협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미국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제들 때문이라는 추측도 무성했다.

수석대표들의 귀국 협의가 끝나는 대로 중국이 곧 합의문을 발표할 것이란 당초 계획과 달리 6자회담 대표들이 다시 베이징에 모일 것이라고 케이시 부대변인은 언급, 추가 협의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힐 차관보는 1일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합의 초안을 보고하고, 2일 부시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어 공식 승인 방침을 발표했다.

힐 차관보는 합의안 설득이 수월했느냐는 질문에 북핵문제에서 “쉬운 건 없다”고 답변했으며, 합의 초안 내용 중 바뀐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일방적으로 바뀐건 없다”고 말해 최종 재가를 얻어내기까지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나머지 당사국들도 합의초안을 모두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는 아주 중요한 과정으로 결코 고무 도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최종 합의문 무슨 내용 담았나 = 힐 차관보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측이 발표할 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이행을 골자로 한 개괄적인 설명만 반복했다.

그가 밝힌 개괄적 설명에 따르면 이제까지 알려진 중국측 초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별로 없으며, 미국측이 현장 인력 대거 투입을 필요로 하는 불능화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일부 설명만 곁들여졌다.

따라서 중국측이 발표할 최종 합의문에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의 신고와 영변 5MW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제조공장 등 주요 핵시설의 불능화를 연내에 이행한다는 북한의 약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이 중심이 될 불능화의 주체 문제, 불능화 비용 부담 방안 등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도 이번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신고의 경우 보유한 플루토늄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은 신고 과정에서 해명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고 내역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관련 내용도 문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불능화.신고 연내 이행’에 맞춰 이행키로 북측과 합의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교역법의 종료 계획 등은 명확히 언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한.미.중.러 등 4개국이 불능화와 신고 이행에 맞춰 북에 제공키로 한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방안도 합의문에 담긴다.

◇ 험로 예상되는 합의 이행 = 비핵화 2단계 이행 합의문이 곡절 끝에 최종 타결됐지만, 연말까지 이행 목표가 모두 달성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 북한이 할 불능화, 신고와 미국이 이행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시기를 비슷한 시간대에 맞출 수 있느냐가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테러지원국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측은 이미 해제를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측은 일본측의 우려를 감안해 계속 협의하겠다는 원칙론만 되풀이 하고 있어 어떻게 최종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2일 브리핑에서 6자 장관급 회담의 개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우선 북미, 북일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등을 먼저 개최한뒤 추후 장관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해 북일 실무그룹회의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 구축을 적극 모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커다란 정치문제로 부각돼 있는 납북자 문제가 북일간에 원만히 타협될 수 있을 지, 미국 내 의회 동의 절차 등이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을지 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능화의 구체적 이행과 핵프로그램 신고의 세부 내용이 밝혀진뒤, 이의 실효성과 진실성을 둘러싸고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비판과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 지도 과제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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