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북아 균형자론 이해할 만”

에번스 리비어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의 지난 2일(현지시간) 한ㆍ미간 `동맹 동반자관계’에 대한 연설은 초미의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동맹관계를 미래에도 지속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정치, 군사.안보, 경제 현안들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종합 정리해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리비어 부차관보가 길지 않은 연설에서 이들 현안을 모두 짚은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핵) 문제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것은 최근 북핵 위기와 관련, 미 정부가 북한을 향해서만 얘기해온 것과 달리, 앞으로 북핵 위기가 더 악화될 경우 한ㆍ미간 이견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와 국민을 향한 메시지로 보여 주목된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발언 역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과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론 구체적 언급을 피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외교 당국자가 군사ㆍ안보 현안을 명시하고, 직설적으로 견해를 개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에 대한 발언도 한국에서 균형자 역할론이 제기된 이후 미외교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미국 입장을 공개 표명한 것이다.

그는 이 부분에서 “서울의 외교정책이 더욱 자신감있고 자기주장을 담은(assertive) 것이 돼 감을 보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다시는 100년전의 운명을 맞지 않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말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한국의 `균형’ 역할에 대한 선언은 “어떤 의미에선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더욱 큰 역할과 세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열망에 답하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때로는 비극적인, 그래서 쓰라린 경험의 상처”에 한국민이 가위눌렸기 때문이라고 그 열망의 배경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강력한 동맹 동반자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한국의 미래가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는 보증”이자 “한국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보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러한 동반자의 존재가 “한국의 역사에서 독특한 것”이라며 “미국은 자랑스럽게 한국 편에서 서서 그런 역할(한국 독립과 자유의 보증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균형자 역할론 배경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밝히기보다는 한국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보증자’로서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민이 가위눌린 100년전의 쓰라린 경험 가운데는 올해 100주년이 되는 미ㆍ일간 카쓰라-태프트 밀약도 자리잡고 있음을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도 시인했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7일 부장관으로서 한국 의원단을 맞은 자리에서 “내년 100주년을 맞는 카쓰라-태프트 밀약의 경우에서처럼 미국의 역할이 잘못된 역사가 있었고, 그래서 한국 국민 사이에 지금도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 것으로 당시 방미 의원단은 전했다.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조선과 `조미수호조약’을 맺었던 미국이 필리핀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는 대가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독점권을 인정한 조약으로, 수개월 후 일본의 강압에 의한 을사보호조약 체결로 이어졌으나,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시 국제정치 현실로 보면 당연한 일로 치부돼 잊혀진 조약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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