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테러지원국 해제 임박했나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그간 제자리 걸음을 하던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급가속이 붙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핵불능화라는 약속을 깨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려는 최악의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힐 차관보 방북 이후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방북결과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면서 “시간이 되면 말하겠다”고 잔뜩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나, 라이스 국무장관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방북결과를 브리핑한 것은 모종의 결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다 힐 차관보가 방북기간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담을 갖고 이른바 `선(先) 영변시설 검증-후(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검증’이라는 절충안에 합의했다는 일본 언론의 단정적인 보도까지 겹치면서 테러지원국 해제가 한껏 무르익고 있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지난 8월 11일을 기해 테러지원국을 해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시점이든 테러지원국 해제에 `OK 서명’만 하면 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미국과 관계 당사국들이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가까운 장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하지만 검증체계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쪽도 일단 공식적인 반응은 신중하다. “그렇다”, “아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비켜가면서 만족할만한 검증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은) 행동 대 행동의 프로세스”라며 “북한이 (핵검증 문제와 관련한) 의무사항을 충족시킨다면 우리도 우리의 의무를 이행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검증체계가 마련된다면 우리도 우리의 의무사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힐 차관보가 북한에서 들고온 합의내용에 대해 국무부 이외의 다른 행정부서들로부터 합의를 견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폐기물 저장소 등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에 대해 검증을 면제해 줄 경우, 북한이 그간 추출한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 만큼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행정부내 다른 부서가 완화된 검증기준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을 목전에 둔 정치적인 환경도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를 놓고 심사숙고하는 대목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경우, 그간 `불량국가’와의 대화를 강조해 온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에게 반사적 이익을 줄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쉽게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정권이양 전에 어떻게든 북핵 2단계를 달성해 외교적 치적을 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대선에 미칠 영향과 관계없이 단안을 내릴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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