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HEU 증거 제시하진 않아”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제기했을 때 “미국이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 증거를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당시 통역으로 수행했던 김동현(金東賢.69)씨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978년 이래 미 국무부에서 한ㆍ정상회담을 비롯해 한ㆍ미간, 북ㆍ미간 각종 회담과 대화에서 통역을 해오다 이달 은퇴하는 김씨는 이날 워싱턴 인근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에 알려진 것처럼 “켈리 차관보가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니” 북한이 시인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도 ‘우리가 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명시적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당시 미국이 갖고 있던 확실한 증거나 강 제1부상 발언의 전체 맥락 등으로 미뤄 누가 보더라도 강 제1부상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었으며, 그 자리엔 나말고도 한국말과 북한말을 이해할 수 있는 국무부 직원 두 사람이 더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 제1부상이 쓴 암시적이지만 분명히 인정한 표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현씨는 제1차 북핵 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의 북폭 계획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막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 “전화로 호통을 쳐 막았다는 기억은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은 일관되게 미국측에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등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핵 위기 해결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3인이 발간한 ‘중대 국면’이라는 책에서도 이 대목에 대해 “사실, 백악관으로 (한국에서) 걸려온 긴급전화는 없었다”며 “한국 정부는 영변에 대한 선제 공격 검토 사실을 몰랐으나, 워싱턴은 어차피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는 그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돼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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