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비핵화 속도지연 초조..강경론 득세조짐

▲ 라이스 美 국무장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속도지연에 초조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다.

물론 국무부의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이 약속한 연내 비핵화 2단계 이행 시한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임을 시사해 왔지만 실제 불발로 그치자 무척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특히 라이스와 힐 등 대북 유화정책을 주도해온 ‘비둘기파’들은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지난 26일 불능화 속도조절 입장을 표명하자 입지가 좁아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강경보수인 네오콘(신보수주의)과 공화당 내부에서 라이스와 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부시 행정부 기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9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강경 보수층 내부에서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북한 김정일 정권에 계속 양보를 해왔지만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뭐냐는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 소식통은 또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까지 전달했는데 미 입장에서 더 이상 북한에 어떤 호의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얘기들이 많다”면서 “만약 북한이 내년 들어서도 시간만 보내려 할 경우 그간 잠잠했던 강경파들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북핵 신고와 관련, ‘완전하고도 정확한(complete and accurate)’ 신고의 해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플루토늄 보유량은 물론 2002년 제2차 핵위기의 도화선이 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 시리아 등 제3국으로의 핵 이전설에 대해 명확한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은 플루토늄 보유량 정도만 신고하겠다는 입장인데다 그것마저 미측의 추정치와 큰 차이를 보여 진통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내부에서 이 같은 북측의 완강한 자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유화적 태도가 북한을 오히려 뒷걸음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적지 않지만, 북한이 약속 이행을 거부한 것이 아닌만큼 아직 인내의 끈을 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존 페퍼 미 국제관계센터 국제담당 국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외교정책 실패를 북핵문제로 만회하려 한다”며 “부시 행정부가 내년에도 북한에 인내심을 보이며 대북협상의 판을 깨는 강경 입장은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미측이 기대하는 수준의 정확한 핵신고를 피하려 할 경우 내년 1월로 예상되던 북핵 6자회담이나 그후 외교장관 회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북미 관계정상화 일정도 순연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내년 2월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 정책과 이르면 3월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논의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때까진 “미국에 절대 큰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보수성향의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일방적 햇볕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강경 일변도 대북 정책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핵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북한의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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