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등 주요 7, 8개국 제재·압박 전문가들이 모인 협의체, 이른바 대북 ‘그림 리퍼(Grim Reaper·저승사자)들의 모임’이 내달 하순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보도가 나운 가운데, 정부는 31일 “미국 신행정부 출범 등 국내외 상황을 틈탄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와의 대북공조를 보다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주요국들과의 관련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협의체 개최와 관련한 질문에 “이러한 협의체는 상당히 민감한 정보사항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시의와 장소, 그리고 참석자를 포함한 구체사항을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면서도 “지난해 북한 핵실험 등 일련의 도발과 관련해 시행되고 있는 국제적 대북 압박 캠페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공조 대상국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으며, 그 방식도 매우 창의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대북제재 압박 관련 유사 입장국 간 협의는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외교관계 축소와 인권압박 등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실효적 방안을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하는 등 상호 긴밀한 공조를 통해서 효율적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매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화일보는 이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내달 하순을 목표로 그림 리퍼 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정확한 일자를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협의체에는 서방의 대러시아와 대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각국 정부 부처 전문가들이 북한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지난 북한 5차 핵실험을 전후해 유럽 지역에서 개최된 바 있다.
매체는 또 이번 협의체에 각국 정부의 금융과 정보, 해운, 사이버 분야의 최고 제재 전문가들로 인정받은 중간 간부 및 실무자급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그림 리퍼 모임은 내달 한미 고위급 회담이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마련된 만큼 대북제재 공조와 관련해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특히 주목된다. 한미는 내달 3일 서울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데 이어, 워싱턴DC에서도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하기로 예정돼 있다. 내달 중순에도 독일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한미 간에 외교안보 공조 강화를 위한 접촉이 재차 이뤄지는 가운데, 그림 리퍼 모임에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둔 제재 방안들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 11월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도 그림 리퍼 모임에서 제시된 제재 요소들이 여러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