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프로그램 추진 본격화

북한이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경수로발전소를 건설키로 결정했다면서 이 발전소용 핵연료의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추진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은 특히 경수로발전소 건설의 ‘하드웨어’쪽은 언급없이 “그 첫 공정으로” 핵연료 자체생산 기술의 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잿밥’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경수로 가동에는 연료봉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 기술이 갖춰져야 하므로 북한이 경수로용 핵연료 자체개발을 언급한 것은 우라늄 농축기술 개발 방침을 공개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수로발전소는 북한의 5㎿급 영변 원자로와 같은 흑연감속 발전소와 달리 플루토늄 방식의 핵무기로 전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수로발전소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연료의 자체개발은 우라늄 농축기술의 확보를 의미하며, 이는 핵무기에 이용될 수 있는 HEU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이란의 핵문제도 경수로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의 확보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앞으로 플루토늄과 함게 HEU까지 포함된 이중적 구조의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이번 성명을 통해 북한은 결국 이란식으로 갈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를 통해 1천10kg의 저농축우라늄(LEU)을 확보했다.

이란은 이것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측은 엄청난 원유 매장량을 가진 이란이 핵무기 개발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원자력발전소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저농축우라늄 1천10kg은 HEU 전환을 통해 원자폭탄 1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양이라는 것.

그러나 과연 현재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기술과 설비를 가졌느냐는 것은 불분명하다.

이란은 6∼8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확보, 이를 가동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로부터 P1형 원심분리기 20대를 도입했으며 P2형 원심분리기 설계도도 전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미 확보한 원심분리기 20대를 가동해 기본적인 농축기술 연구를 추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의 설비를 갖췄는지는 회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춘근 팀장은 “원심분리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초강력 모터, 고강도 베어링, 전기공급 장치 등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부품들이 필요해 자체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알루미늄관 150t을 이용하더라도 2천여기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년에 핵무기 1기를 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농축우라늄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란만큼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의 우라늄 농축기술 추구는 실제적 위협이라기보다는 협상용 언어 위협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영변의 핵시설은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폐기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질 만큼 노후화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이 시설의 재가동은 버리는 카드로만 활용하고 HEU프로그램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연구실장은 “영변의 핵시설은 사실상 고철 덩어리여서 북한이 5㎿급 원자로에 기반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사실상 버리고 우라늄 농축으로 간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하고 “이란은 그나마 IAEA의 사찰 안에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북한은 IAEA의 범위 밖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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