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BDA 직후 금융체계 정비 박차

북한이 지난해 1월 ’상업은행법’을 제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을 계기로 금융시스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상업은행법을 제정한 시기가 2005년 9월 BDA 자금 동결 이후 넉 달만에 이뤄진데다 같은 해 10월 자금세탁과 관련돼 있는 자금이나 재산에 대한 동결.몰수를 규정하는 ’자금세척방지법’도 마련하는 등 활발한 금융법제 정비에 나섰기 때문.

북한은 상업은행법에서 “국가는 상업은행이 경영활동에서 상대적인 독자성을 가지고 채산제로 운영하도록 한다”고 밝혀 기존 중앙은행에서 분리된 일반은행 시스템을 운영할 것임을 밝혔다.

또 “상업은행은 유휴화폐 자금을 적극 동원하기 위해 예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명시해 대외적인 자금 동결 이후 내부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정부 계획에 따라 자금을 배정하는 계획경제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금융시장을 발달시켜 금융을 독립된 분야로 육성하려는 시도로 읽혀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사업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비법적인 자금, 재산의 조성과 유통을 막고 금융체계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기 위해”라고 목적을 밝힌 자금세척방지법이 이어져 금융거래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상업은행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는 내각의 지도밑에 중앙은행이 하며 국가는 상업은행에 대한 지도체계를 바로 세우고 통제를 강화하도록 한다”고 상업은행법에 적시하는 등 ’통제 경제’의 여전한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그동안 은행관련법이라고는 2004년 9월에 제정된 조선중앙은행법이 유일했던 것에 비하면 북한의 최근 행보는 금융시스템 정비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 지를 짐작케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금융시스템 정비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과 시기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 추진과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도입을 거쳐 1995년 ’중국인민은행법’과 ’상업은행법’을 동시에 제정, 중앙은행과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을 분리했다.

이에 비해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2004년 중앙은행법 제정→2006년 상업은행법.자금세척방지법 제정 등 순으로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중국을 방문했고 2002년 8월에는 북한 중앙은행 직원이 중국인민은행에서 연수를 받은 점 등으로 미뤄 중국의 금융개방정책이 북한의 금융시스템 정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부분적인 시장경제 도입 이후 사회주의 금융시스템의 후진성 극복을 위한 금융제도와 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국제 금융체제 편입을 위한 대외적인 금융거래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달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7.1조치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현금 유통량이 증가한 가운데 경제 개선을 위해 내부 자금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실적인 필요성도 북한의 금융시스템 정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금융제도 정비는 금융개혁을 위한 행보로 보이며 국내 유휴자금을 끌여들여 산업자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여전한 통제 등 한계도 있지만 조심스런 금융개혁의 과도기적 양태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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