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2.1조치’ 전문가 분석

북한이 내달 1일부터 개성관광 전면중단을 포함한 5개항의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도 불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관계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대응책에 대해선 남한 정부가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를 감안해 기존 대북정책을 능동적으로 전환해나갈 것을 주장하는 측과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밝힌 대로 북한의 압박에 끌려가선 안된다며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으로 엇갈렸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 우리 정부는 대북 통신 자재.장비 지원, 대북 지원단체에 대한 협력기금 지원, 대북 전단지 살포 단체에 대한 자제 요청 등 성의를 보였지만 북한은 유엔 인권결의안 문제와 관련해 남한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본 것 같다.

북한은 내부적인 우환이 감춰질 수 있고, 둘째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줄어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관심을 높일 수 있으며, 남남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보고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현 국면에서 남측이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경색 국면이 해소될 것은 아니다. 북한이 내부체제를 안정시키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와 관계개선에 나선 뒤에야 남북문제가 나아질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지의 진정성을 알리면서 기다리는 게 좋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와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므로 이번 조치는 예정된 수순이다. 향후 개성공단 사업을 완전 중단하는 조치까지 취할 것이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충돌까지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남한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발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등을 문제삼았지만 남북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끌려가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할 경우 기업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겠지만 그 책임은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방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공단을 확대한 이전 정부에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예상됐던 것이지만 개성관광 중단이 포함된 것은 예상보다 강하다는 느낌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관계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갈 만한 충분한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시기라고 본 것이다.

지금 상황은 북한의 고강도 대남 압박전술과 이명박 정부의 버티기 전략이 극단 대 극단으로 맞부딪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양측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쪽도 정책적으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북쪽도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극단적인 대치상황이 상당기간 게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앞으로 ‘12.1조치’ 다음 수순을 밟아갈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개성공단 전면 철수.폐쇄라는 수순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정부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측의 자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발의, 대북전단 살포 방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최종 통일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등을 볼 때 북한에 대해 우리가 더 강하게 대응한 셈이다.

북측은 그 동안 당국 배제정책을 폈는데, 이번 조치에 개성관광이라는 민간교류 중단조치까지 포함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못 펴서, 잘 되고 있는 민간교류마저 중단됐다는 여론을 일으키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은 지금 과민한 상태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변수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계속 대응하니까 북측 군부는 강경책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도 정권이 바뀔 예정이고 주변 정세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북한이 밝힌 남북관계 전면차단 1단계 조치로는 폭이 생각보다 넓다. 남측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발의,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에서의 통일’ 발언 등이 북한의 점진적, 단계적 차단조치를 가속화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당국.민간 교류의 전면중단에 버금가는 조치다. 어차피 북미관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강한 행동조치를 통해 남한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남측의 정책전환이 없다면 2차적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국내 비판여론에 따라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요하게 될텐데 이런 상황이 초래되기 전, 지금이라도 정부가 먼저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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