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청진 군수창고 탈취사건 예사롭지 않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소재 군부대의 전시물자 보관창고가 털렸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을 ‘반(反)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그만큼 김정일 정권이 받은 충격이 컸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 군은 조선노동당과 함께 체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다. 김정일은 대(大)아사 사태 이후 체제가 흔들리고 김일성이 사망하자 선군정치라는 사실상의 북한식 군사독재노선을 내세웠다. 김정일이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내 힘은 군력(軍力)에서 나온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권력의 2인자인 김정은 역시 지난해 당대표자회를 전후해 ‘대장’ 칭호를 받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식 등장했을 만큼 군에 대한 장악을 지도자의 최우선 요건으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군 중시는 군국주의 성격보다는 체제 보위를 위한 내부 통제력 유지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직할 통치 하에 있는 군대에서 ‘전시물자 보관창고’가 털린 것은 사회 기강 뿐만 아니라 군 기강에서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접근이 쉽지 않은 부대 내 창고가 습격당한 것은 내부자 소행이거나 내부 공모자가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군에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사회에서 절도가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사회 기강을 지탱할 당과 법기관원들의 부정부패도 만연해 있다. 북한 행정 시스템의 마비는 간부들의 부정부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매우 크다.


‘당일꾼은 당당하게,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안전원은 안전하게 먹는다’는 풍문은 이제 옛말이다. 비사회주의 검열을 나온 이들이 압수한 물품을 다시 밀수업자에게 되파는 일도 다반사(茶飯事)일 정도다. 이처럼 사회 기강이 허물어지고 있는 와중에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군에서조차 전시물자가 털렸다는 사실은 북한 사회의 균열이 군 쪽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반체제 성격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 공권력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 실제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하루하루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도전이 언제라도 공권력을 향해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 전시물자 도난사건은 결국 김정일의 마지막 생명선인 군(軍)마저 영원한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군을 상대로 한 심리전 활동을 더욱 강화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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