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최근 1년 사이 마약중독 급증

▲ 2001년 12월 일본 공해에서 침몰한 북한의 공작선 <사진:연합>

* 최근 북한에 마약 중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부 국경지역은 과거 청나라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마약 흡입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가정책으로 마약을 재배, 공식적인 외화벌이 산업으로 삼고 있는 세계 유일한 나라다. 북한의 마약산업은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일본, 호주 등지를 통해 마약을 밀수출해왔는데,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가 가동되면서 마약 밀수출 판로가 막히자, 최근 몇 해 사이 갑자기 ‘내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글을 쓴 이영화 교수(일본 간사이대 경제학과)는 북한에 유학한 적이 있는 재일동포로서, 현재 북한인권단체인 RENK(구출하자! 북한민중 / 긴급행동 네트워크) 대표로 있으면서, 오랫동안 북한 내부를 관찰해왔다. 북한 주민들의 마약중독 실태를 2회로 나누어 게재한다.(편집자 주)

부정부패, 인플레, 마약중독은 북 체제 붕괴 3대 요인

필자는 ‘김정일 왕조’가 무너지는 ‘멸망의 3박자’로 공무원의 부정부패 + 살인적인 인플레 + 마약중독을 꼽은 바 있다. 북한은 작년부터 마약중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경지역 밀수상인의 아지트는 마치 청조 말기의 ‘아편굴’을 방불케 한다.

최근 북한 내부에 마약환자가 급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이 문제에 김정일 정권의 멸망의 열쇠가 숨어 있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RENK가 입수한 북한 내부 자료와 새롭게 입수된 한국 정부측의 내부보고서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갑작스런 마약중독의 대유행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북한에서 ‘마약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강력한 각성제 효과를 가진 합성마약이다. 주목할 것은 부족한 의약품 대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편 같은 천연마약이 아니라 공장에서 화학기술로 제조된 합성마약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12월 일본 공해상에 발생한 ‘괴선박 격침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산 합성마약은 주로 일본과 한국의 ‘마약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다. 북한에서 국책 밀수품인 마약은 국가통제상품이다.

이것을 국내에서 은밀하게 대량으로 판매하는 일은 ‘북한의 상식’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마약은 철저히 ‘수출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는 대량의 마약중독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중독자들의 대부분은 빈곤에 허덕이는 일반 주민들이 아니고, 상인들이나 특권계급 등 부유층에 속한다. 어째서 북한에서 합성마약이 유행하게 되었을까.

2004년 마약밀매 문제 북한 법규에 첫 등장

북한에서 마약중독자가 급증한 시기는 북한 당국의 공식 문건에서도 읽어 낼 수 있다. RENK(www.bekkoame.ne.jp/ro/renk)가 입수한 북한 당국의 문건들을 살펴보자.

2003년 11월 조선노동당 함경북도 위원회에서 제출한 <밀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투쟁을 강력하게 펼치자>의 문건에서는 ‘중요한 국가 비밀자료와 알루미늄, 희소금속, 외화벌이용 농산물 등을 빼돌려 헐값으로 팔아 사익을 채우는 일’을 엄금하겠다고 했다.

▲ 북한의 국경연선 정치사업자료

2003년 11월에 배포된 <국경연선 주민정치사업 자료>에는 ‘이색적인 녹화물과 출판물을 이용하거나 유포시키는 현상과 강력하게 투쟁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경지역의 밀수 문제에서 ‘마약’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4년부터 ‘마약밀수’가 문제되기 시작한다. 2004년 4월 9일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의인민공화국 형법> 개정판에 마약관련 법규가 등장했다.

‘불법 아편재배 및 마약제조죄’에 대해 2~5년의 징역형(제216조), ‘불법 마약사용죄’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이나 2년 이하의 징역형(제217조), ‘마약밀수, 밀매죄’는 5년 이하의 징역형(대량 밀수의 경우는 5~10년, 제218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법규에 ‘불법 마약사용죄’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마약사용자가 늘어났다는 증거가 된다.

마약 사용자 고발독려 조항이 없는 이유는?

물론 국책사업으로 하는 마약 밀매는 죄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량 마약수출은 외화벌이를 많이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훈장감이다. 따라서 개정형법에 등장하는 ‘불법’이란 국책 마약밀수 시장을 갉아 먹는 ‘개인업자’들의 사적 밀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2004년 9월 21일자 <내각결정 제39호>는 ‘밀고사업 규정을 채택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개정형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 주민들의 밀고(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물론 개정형법에 ‘불법마약 사용죄’가 있지만 <내각결정 39호>는 ‘마약을 불법으로 소지하거나 매매하는 행위’에 대한 밀고(신고)만 장려하고 있을 뿐, ‘마약사용자’에 대한 밀고 장려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북한 당국은 원래 마약밀매는 물론, 마약사용에 대해 엄벌로 대처해왔다. 과거에는 마약사용자에 대한 공개처형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형법에는 ‘사형’에 관한 항목이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을 포함한 엄벌로 대처하는 중국과는 크게 다르다.

또한 마약에 대한 ‘사용자’를 추적하기 위한 ‘주민밀고’를 독려하는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 마약사용자에 대한 이 기묘한 ‘온정주의’의 비밀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사형으로 엄벌할 수 없을 만큼 마약중독자들이 급증했고, 그 마약은 북한 당국이 팔고 있다는 ‘원죄’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위부, 보위사령부에 야쿠자까지 가세한 마약시장

지난 1월 11일자 일본의 일간지는 ‘북한 각성제 밀수, 중국으로 이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상루트를 통한 마약 밀수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로 차단되자, 북한 당국이 밀수루트와 판매시장을 중국과 러시아로 전환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해상 잠입루트를 이용해 독점적으로 마약밀수를 담당해 온 곳은 ‘노동당 3호청사’에 속하는 공작기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상 루트가 차단되자 김정일은 3호청사의 업무를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군 보위사령부로 확대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역을 훤히 파악하고 있는 양대 조직을 이용하여 새로운 밀수루트를 개발하고, 양 조직의 김정일에 대한 충성경쟁 관계를 활용해서 판매량을 늘려가겠다는 계산이었다.

보위부와 보위사령부의 경쟁이 시작되자 양 조직의 책임자들은 매월 ‘밀수목표량’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양조직은 경쟁적으로 ‘금단의 과실’에 손을 대게 된다. 바로 북한 내부에 ‘대량판매’하는 것이다.

매월 수백만 달러의 매상을 올렸던 양 조직은 김정일의 표창까지 받았다고 한다. 양 조직의 노력투쟁(?) 덕분에 북한내부는 엄청난 속도로 마약소비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3의 조직이 현금벌이에 뛰어들게 되는데, 바로 일본의 폭력조직 ‘야쿠자’다.(계속)

이영화(일본 간사이대 경제학부 교수)
정리/박인호 기획실장


– 일본 오사카 출생(1954)
– 평양 조선사회과학원 유학(1991)
– (現)간사이(關西)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 (現)<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대표
– 주요저서<북조선 수용소군도>, <재일 한국, 조선인과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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