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위해 쌀 간청?…김정은 치적쌓기용”

대북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앞으로 두 달이 고비다”고 말하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은 최근 국제기구와 대북지원 단체 등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식량수확량과 부족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외부 지원이 없으면 아사할 위험이 있다”며 우선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데일리NK의 내부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 장마당의 쌀 가격은 1500~1800원 선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쌀을 살 수 있을 만큼 시장엔 쌀이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와 수시로 통화하고 있는 탈북자들도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인 탈북자 황철현(37) 씨는 “며칠 전에도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돈만 있으면 장마당에서 쌀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춘궁기라 생활이 어려운 집들도 있는데 풀죽을 먹는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양강도 출신인 홍기철(40) 씨는 “친척과 통화하면서 식량사정에 대해 물으면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쌀은 골라가며 살 수 있다’고 한다”며 “중층 부류의 사람들도 감자·옥수수·보리밥 등으로 세 끼를 먹고, 그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한 끼는 국수를 먹는다”고 말했다.


탈북자 채서영(50) 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엔 사람들이 국가에서 보장해주던 것으로만 살다가 갑자기 끊긴 배급으로 타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미(未)공급 세월이 주민들로 하여금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했고, 주민들은 국가의 그 어떤 보장도 바라지 않고 자체의 의지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의 식량외교에 대해선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 쌓기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홍기철 씨는 “북한이 식량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식량사정이 더 어려웠던 2008년에도 북한은 식량구걸을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식량외교는 김정은 체제 구축을 위한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평안북도 출신인 현인혜(43) 씨는 “북한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이 열리는 해’라고 선전해 왔다”면서 “김정은 체제 완성을 위한 선전사업의 일환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에서 교원생활을 한 이서영(36) 씨는 “북한이 쌀 간청을 하고 나선 것은 주민들에 약속한 ‘강성대국’ 때문일 것”이라며 “김정은을 치켜세우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민생활 향상’을 국정목표로 제시한 북한이 식량외교를 통해 김정은 치적 쌓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식량외교를 통해 쌀이 지원되더라도 주민들에 분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김혜숙(44) 씨는 “한국이나 유엔에서 지원된 물자들이 보육원에 도착하면 간부들이 전화를 해 물자를 뽑아간다. 그것이 다시 장사꾼의 손에 넘겨져 장마당에서 판매된다”고 증언했다.


실제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국내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3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1명(78.2%)이 한국 및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받은 경험이 있다는 106명 중에서도 29명(27.4%)은 지원 식량의 전부나 일부를 ‘반납했다’고 답했다.


외부 지원 식량이 누구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군이나 당 간부, 특권층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대답한 탈북자가 대부분이었다.


탈북자 채서영(50) 씨는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기구에서 지원받은 쌀을 주민들에게 준 적이 없다”며 “주민들을 살리자고 쌀을 간청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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