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 속 내구력 있을까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북한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북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영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이번 안보리 결의 정도 수준만으로 북한의 붕괴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며 막연한 예측임을 전제로 “만약 북한에 대한 외부의 모든 교역과 지원이 끊기더라도 3∼5년 이상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지금 상황은 훨씬 나은 상태”라며 “전면적인 무역거래가 통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권 자체의 붕괴를 논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 중반의 어려운 시절과 비교가 필수적이라면서 “안보리 결의로 타격은 있지만 당시보다 교역도 많고 식량수급도 좋다”며 북한 붕괴라는 표현 자체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현성일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정치권력에 순치되어 있어 정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군간부들도 수시로 교체돼 인맥형성 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재로 국가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현 정권에 대항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실험을 결심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미리 전망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일인 만큼 북한 내 급변사태를 전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도 “전반적으로 상황이 90년대 중반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남한과 중국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철통같은 제재가 실행된다고 하더라고 3∼5년 정도를 버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 정도로 북한 체제가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붕괴를 전망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북한 정치권력의 공고한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양 교수는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사회의 유동성과 긴장도가 높아진다”며 “북한의 지배세력은 이같은 혼란과 위기상황을 조이기 위해 더욱 강한 통치를 해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유엔의 대북제재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때는 북한의 정치권력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이정철 교수는 “3∼5년을 지나서도 현재와 같은 제재 국면이 계속된다면 북한 내부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연철 교수도 “일반적으로 경제적 제재는 장기적일 때 효과가 있고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양문수 교수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격으로 이런 상황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북한 정권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장기간에 걸쳐 에너지를 축적한다면 현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의 제재 상황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하지는 않았다.

김연철 교수는 “제재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장기간 동안 북한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앞으로 1∼2년 안에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철 교수는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 임기 동안 위기를 고조시켜 상황의 복잡성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부시 행정부에서는 대화를 통한 해법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은 차기 정권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성일 책임연구위원도 “내년부터는 부시 행정부도 레임덕에 들어갈 것이고 대통령 선거도 치러지는 만큼 북한은 이같은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 핵실험도 한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국제적으로 미국에 양자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도 현재처럼 위기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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