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 인사 4명이 이달 중순 미국을 비밀리에 방문,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민간 초청으로 북한 인사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대북지원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들의 방문은 미북 민간교류협회(KAPES) 대표단이라는 민간차원의 방미 형식으로 지난 15∼19일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APES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공식 협력창구로 설립한 정부기관으로 미국과 식량지원 재개를 위한 북한의 노림수로 해석된다.
또, 미 행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인사들에 대해 방미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 여기자 2명을 석방 조치한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미 민간단체를 통한 미 행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낳고 있다.
앞서 북한은 미북 관계가 악화되자 지난 3월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며 미국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게 철수를 요구한 바 있다.
KAPES 대표단은 ‘월드비전’, ‘오퍼레이션USA’,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월드 케어’ 등 국제 및 미국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식량, 의약품 저장 창고 등을 둘러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이날 “최일 조미민간교류협회(KAPES)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5일간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 내 민간단체들 대표와 만나 대북사업을 논의하고, 지원 물류 창고 등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월드비전의 빅터 슈 북한사업 국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 방문단에 대해 “최 부회장 외에 협회소속 고위 관료 2명, 통역 담당 관리 1명,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박선일 외교관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슈 국장은 북한 관계들의 이번 방미는 월드 비전의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먼로비아(Monrovia) 시에서 이뤄졌고, 2010 회계연도 월드 비전 대북사업 계획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북한 황해북도 치봉리에서 이동식 식수 공급 사업을 10월에 시작하기로 합의했고, 북한에서 국수와 빵 생산을 위한 밀가루와 콩지원, 북한 어린이를 위한 두유 공급 등 월드비전의 식량지원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슈 국장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KAPES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 행정부의 식량지원에 대한 의향을 물었지만, 자신들의 권한 밖의 사안임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