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역 ‘지주-소작관계’ 급속확산

▲ 협동농장 분조원들이 김매는 모습

1990년대 중반 이후 식량난과 더불어 늘어나기 시작한 고리(高利)대금업자들이 최근 ‘지주’로 성장하고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 북한 전역에 지주-소작농 관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작년 9월 탈북한 임순옥(가명•40세•함북출신) 씨는 “요즘에는 전주(錢主, 고리대금업자)들이 주민들을 수 십명씩 고용, 자기 농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그동안 고리대나 되거리(물건을 싸게 구입해서 되팔아 차익을 남김)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 이제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주들은 군, 당, 행정 간부들에게 뇌물을 고이고(받치고)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항의하지 못한다”면서 “전주들이 농장원들을 수 십명씩 부리며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들을 ‘지주’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임씨에 따르면 ‘지주’로 불리는 사람들이 보통 한 마을에 한, 두 명 꼴은 있다는 것.

군대동원, 사설농장 운영도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고리대금업자들은 그동안 빌려준 식량의 3배꼴로 회수해왔다. 농민들이 강냉이 1kg을 빌리면 이듬해 수확기에 3kg을 갚아야 하는 것. 이 때문에 북한 농장에서 일하는 농장원들은 일년 수확을 마치고 분배 받은 식량 대부분을 이자로 갚아야 되는 형편이었다.

전년에 빌린 식량의 몇 배를 갚고 나면 머지 않아 다시 식량이 바닥난다. 이후 주민들은 분배 받은 식량과 이삭줍기, 땔감 팔이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버티다가 5-6월이면 모든 것이 바닥나 다시 고리(高利)로 식량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식량을 갚지 않을 경우 고리대금업자들은 채무자의 집에 들이닥쳐 물건을 강제로 빼앗거나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라고 한다. 고리대를 갚지 않아 집에 있는 이불까지 빼앗겼다는 탈북자 김길화(가명•42세) 씨는 “식량을 갚지 않으면 집에 찾아와 반반한(쓸모가 있는) 물건은 자기 멋대로 값을 쳐서 가져가 버린다”면서 “집에 찾아올 때도 인민군대가 뒤를 봐주고 있으니 이 사람들은 세상 없이 날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식량을 갚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식량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갚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식량난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화교와 일부 간부층이 시작한 고리대금업은 매년 급성장하면서 현재 북한식량 유통에서 정부를 대신할 정도가 되고 있다. 북한주민들은 빌리는 이율이 고리여도 일단은 살고봐야 하니, 이마저도 없어서 못빌릴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빌린 식량의 다섯배를 요구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고리대금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북한주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빈부격차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고리대금업자들은 북한주민들을 대규모 고용해 농사를 짓고, 군대를 동원해 농작물을 지키는 사설농장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비(非)사회주의 검열대’가 이들을 일부 단속하기도 했지만 단속대상이 된 것은 대부분 소지주들이었고 대지주는 제외됐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북한내에서 권력과 밀착된 ‘신흥 부호’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3년 이후 국경을 넘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해방 이후 사라졌던 봉건시대 지주-소작 관계가 북한에서 새로 형성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투먼= 김영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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