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회성 열차운행 군사보장 합의

남북이 9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비록 일회성이지만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대한 군사보장에 사실상 합의했다.

회담 마지막날인 10일 최종 합의되면 분단 이후 반세기 이상 막혔던 남북 간 혈맥이 뚫리는 것이다.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대변인인 문성묵 대령(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은 이날 판문점 북측구역 통일각에서 이틀째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5월 17일 열차 시험 운행에 필요한 군사보장조치를 마련한다는 데 대해서 양측이 견해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이 지속적 효력을 갖는 철도.도로 통행의 군사보장합의서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지만 오는 17일로 예정된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는 이견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북측이 이 같이 일회성 군사보장에 사실상 동의한 것은 시험운행 직전에 불발된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특히 지난달 18∼22일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오는 17일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기로 하는 한편, 이를 위해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도록 적극 협력한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될 경우 잃게 될 실리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사실상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조건으로 지원을 약속한 8천만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는 물론, 향후 쌀 차관 지원 등 각종 대북지원의 토대가 되는 남한 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은 그러나 상설적 군사보장을 요구하는 우리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일회성 보장을 고수했다.

북측이 이처럼 일회성 보장을 고수하는 것은 향후 남북 군사당국 간 각종 협상에서 사설 군사보장이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례로 북측이 상설 군사보장 문제를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서해상 경계선 재설정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북측 김영철 수석대표는 첫날 회의에서 “북남 사이에 진행하는 협력교류에 어떤 정략적인 속타산도 없고 그것이 철두철미 상부상조의 원칙, 공영 공리의 원칙에 기초해 진행되는 것이라면 우리 군대는 언제든지 군사적 보장 대책을 제때에 따라 세울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전했다.

`철두철미 상부상조의 원칙’을 상설 군사보장 문제에 적용해 `제때에 따라 세우려는 것’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진다.

북측은 이날 회의에서 남측의 상설 군사보장 요구에 대해 남측 동해선 강릉~저진 구간 공사가 완공되지 않았다는 군색한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측은 이번 회담은 물론, 앞으로도 철도.도로 통행의 상설 군사보장을 카드로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수역 문제 등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측이 요구하는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실현은 우리측 입장에서는 당장은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한 서해상 경계선 재설정 문제와 연계된 문제들이다.

문 대령은 이번 회담에서 NLL 논의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서해상에서의 충돌방지와 공동어로 실현, 남북 간 경제협력의 군사보장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 부분은 남북이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법상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원칙적 부분은 남북이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 측은 그동안 북측의 서해상 경계선 재설정을 요구에 대해 남북 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다른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이를 다룰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요구해왔다.

따라서 문 대령의 발언은 서해 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문 대령은 “서해상 충돌방지 문제는 이미 제기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적극 협의할 의지가 있고 여기서(이번 회담) 할 수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할 수도 있다”고 이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