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부지역 아사자…전 지역 확산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북한 내부에 대한 소식지에서 “황해북도 사리원시 주변 농촌지역에서 농민들이 굶어죽어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며 한 북한 주민이 “매일 1∼2명씩 죽어가고 있다. 어서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또 북한 노동당 간부의 말이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 비해 적응력이 생겨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지는 않겠지만 식량사정이 그때만큼이나 말이 아니다. 아사는 시간문제다”라고 전했다.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특히 영양공급이 필수적인 결핵환자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좋은벗들’은 소식지에 실은 논평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에 찬 절규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며 “미얀마를 할퀴고 간 나르기스보다 더 무서운 아사의 태풍이 서서히 북녘 땅을 향해 북상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북한의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은 이미 예견됐고,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들에서도 이미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166만t으로, 작년 부족분의 2배에 달하고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부족이 심화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쌀가격은 물론 그 여파로 옥수수 등 다른 대체 곡물 가격도 덩달아 폭등하고 있어 일반 주민들에 직접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좋은벗들’이 지난달초 발행한 소식지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에서 쌀 1㎏이 2천50원에 거래돼 최초로 2천원을 돌파했으며 옥수수의 가격도 남포에서 ㎏당 1천50원, 평양.청진 등에서는 1천원 등으로 1천원대를 넘어섰다.

결국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는 먹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 주민은 굶주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 당국도 심각성을 인식한 듯 식량 조달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중국에 15만t의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이중 5만t을 수출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박의춘 외무상이 방중했을 때 식량지원 요청도 방중 목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측과 식량지원에 따르는 모니터링 방안에 관해 협상중인 가운데, 이탈리아가 2천600t, 인도가 2천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예정이다.

북한은 세계 최대 쌀생산국인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도 식량을 지원받기 위한 외교노력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베트남 외교부 대표단이 방북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역시 북한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다만 분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미 수차례 북한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 감시요원 숫자 등에 관해 북한 당국과 협상중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8일 “미국 식량협상 대표단이 5일부터 8일까지 조선(북한)을 방문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사이에 인도주의적 식량제공 문제에 관한 협상이 있었다”며 “협상은 진지하게 잘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의 전제로 삼는 모니터링 문제에 관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며, 그에 따라 북한의 핵신고가 이뤄지면 미국의 식량지원도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 한 당국자는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것이냐는 의원의 질의에 “식량위기가 확인되면” 미국은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특히 대북 강경기조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까지 나서 “잠재적 기아위기에 직면한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는 것은 긴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식량위기와 관련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의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요청해오면 인도적 지원을 검토한다는 ‘원칙’만 밝힌 채 ‘의연’하게 특별히 구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에도 인도적 지원의 경우 수혜국이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북한의 지원요청이 있을때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 분위기상 북한이 먼저 식량지원을 요청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은 2006년 미사일 발사 등을 전후로 우리 정부가 식량지원을 중단했을 때도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WFP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적 지원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새로 쌓아나가는 게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언 비상임 연구원은 5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화가 나서인지 자존심때문인지 식량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WFP에 대북식량 배분을 의뢰하는 형태로 식량을 기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현재로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1995년 쌀협상 때처럼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뒤늦게 정부가 부랴부랴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주변국들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때처럼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연한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좋은벗들은 “북한의 요청없이는 한톨의 식량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남한 정부의 태도는 인도주의에 어긋난다”며 “우리는 미얀마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지원을 준비중이고 미얀마 군사 정부가 비협조로 일관하는데도 지원단을 파견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지적했다.

좋은벗들은 “북한 주민이 겪는 식량위기는 미얀마의 태풍 재난보다 더 큰 인명피해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긴급 재난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단행해 대량아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현재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 조정기에서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데는 종래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만도 있었던 것인 만큼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만 하기는 어렵고 북한도 이러한 변화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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