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상화에도 실리주의(?)

북한에서 수령 중심 유일지배체제를 떠받쳐온 우상화 작업도 국제화와 경제적 실리추구 바람 속에서 점차 유연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금강산 지역의 암벽에 가로와 세로 수 미터씩의 크기로 새겼던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양글의 붉은 색을 지워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자연바위 글발’이라는 이름으로 김일성 부자의 찬양 글귀를 명산의 봉우리에 새기고 빨간 페인트를 칠해 눈에 띄게 했었다.

그러나 현대아산 관계자는 9일 “언제부터 북한이 글발의 붉은 색을 지웠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작년께부터 붉은 색의 글들이 사라졌다”며 “글자 자체를 없애려면 주변 바위를 깎아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아 붉은 색만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새겼던 글자를 보려면 주의깊게 바위를 들여다 봐야만 어떤 글자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2002년 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져 2004년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통일부 직원의 농담에 북측이 극도로 반발했던 ‘천출명장 김정일’이라는 글자도 붉은 색이 지워졌고 ‘주체’ 등의 글자들도 모두 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 해외의 북한식당에 근무하고 있는 일부 북한 종업원들은 ‘초상휘장’으로 불리는 김일성 배지를 대신 북한 국기인 인공기에 종업원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일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이나 선양, 캄보디아 프놈펜 등의 식당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김태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캄보디아 프놈펜 북한 식당의 한 북한 여종업원도 한복에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고 인공기 위에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또 북한의 대외홍보잡지인 금수강산 9월호에 실린 중국 선양 모란관을 선전하는 기사 속 여종업원들도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 10월 중국 장가계의 북한 평양냉면집 여종업원들은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주재원들은 “예전에 정복이나 정장을 제외하고 일할 때 입는 작업복에는 초상화를 모시지 않아도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화보집인 ‘조선’에 실린 출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복이나 의사들의 흰색 가운에도 김일성 배지는 달려 있지 않다.

의사 가운이나 식당 종업원들의 복장도 작업복에 해당해 배지를 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고위층 탈북자는 “수년전부터 작업복에는 김일성 배지를 달지 말도록 했었다”며 “대외무역업자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만날 때 초상휘장을 달아도 되고 달지 않아도 되도록 융통성을 부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경제적 실리추구를 위해 대외사업이나 협력에 적극 나서면서 이른바 우상화 원칙에도 다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며 “외국인이나 남쪽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식당 종업원들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아서 손님들이 잘 구분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조치와 움직임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