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자 유치정책 추진 안깐힘

작년 말부터 화폐개혁과 무역기관 통폐합 등 국가통제 중심의 경제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키로 해 적극적인 외자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조치는 신년공동사설에서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 벌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힌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올초 북한 최초의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내부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본 수혈이 불가피한 만큼 국가개발은행을 창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대북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적 규범’ 준수를 강조함으로써 제재를 우회해 돌파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번 조치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중개자로 내세운 것이다.
대풍그룹은 북한에서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와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중국과 홍콩에 설립한 다국적 투자회사.


대풍그룹의 이사회 구성원 7명을 거론하면서 국방위원회, 내각, 재정성,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외에 ‘유관 부서’라고 언급한 것도 제2경제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대풍그룹은 2007년 중국의 3대 철강업체인 탕산(唐山)강철, 다탕(大唐)발전과 각각 북한의 김책공업구에 연산 150만t 규모의 제철소와 60만㎾급 석탄발전소를 건설키로 합작의향서를 체결하면서 북한의 새로운 대외투자 유치 창구로 지목돼왔다.


이미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던 대풍그룹의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령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활동을 보장할 데 대하여’를 전달함으로써 외국기업들이 마음 놓고 대북투자를 할 수 있는 안전판을 조성해준 셈이다.


대풍그룹의 이사장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국방위원회 대외담당 참사가 기용된 것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김 부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국자본의 유치를 겨냥하면서,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인 만큼 남한의 자본 유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투자은행 역할을 한 국제투자신탁공사(CITIC)라고 있었는데 외자유치가 주업무였고 특히 화교 자본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며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 이번에 설립한다는 북한 국가개발은행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는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고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외자본을 유치해 안정적 경제건설을 통해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화폐개혁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경제조치는 시장을 옥죄면서 중앙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박정희식 경제모델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노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로 북한 내 각 기관.기업소의 무분별한 중복투자와 중구난방식 무역거래로 경제분야에서 비리 등 무질서가 만연한 것도 중앙통제식 경제조치를 취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