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강수’..속셈과 전망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대표단의 말도, 내놓은 입장도 예상을 빗나간 것은 없었다.

미국의 선(先) 금융제재 해제 없이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것도, 미사일 발사가 자위적 군사훈련이자 주권적.합법적 권리라는 주장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는 것도 새로운 것은 나오지 않았다.

기껏 이번 회의에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대북 비난성명이 채택된다면 ARF를 탈퇴할 수 있다는 ‘엄포’가 그나마 유일한 새로운 것이었다.

결국 6자회담 당사국 외무장관들이 모두 모인다는 점에서 혹시나 하고 국면 전환이 기대되던 이번 회의는 미국과 북한의 강(强)대 강(强)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북측 수석대표인 백남순 외무상은 이번 회의 기간에 6자회담은 물론 북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확대 다자회동 참가도 끝내 거부했다. 혈맹이라던 중국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막판 설득도 끝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한반도 주변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강경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그동안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을 각오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으로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미사일까지 쏜 다음에 하나도 얻은 것 없이 북한이 6자 외무장관 회동에 참여하거나 입장을 변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달 초부터 보인 북한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강수 그 자체였다.

국제사회의 만류를 뿌리치며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메시지를 갖고 평양까지 찾아간 중국 대표단의 6자회담 복귀 설득을 거부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표단을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남북관계도 급속히 경색되며 북한은 차기 회담날짜조차 잡지 않으며 장관급 회담을 결렬시켰고, 이산가족 상봉 중단, 면회소 건설 중단 조치 등을 잇따라 취했다.

북한은 한동안 이런 강경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 이후 일련의 행보가 강경 군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관측은 무게를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강경 행보가 지금까지 분석해 왔던 대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기회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핵무기로 완전 무장하고, 소위 ‘억제력’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외부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자들이 발생했던 것)을 다시 걸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북한 군부는 지난 26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의 소위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53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보고를 통해 “어떤 압력과 제재도 우리 군대와 인민을 놀래울 수 없으며,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억제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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