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를 북한에 송전하는 중대제안의 암호명이 ‘안중근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이 안중근(1879-1910) 의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관심을 끈다.
남북은 지난 달 열린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6.21-23, 서울)에서도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안 의사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안 의사에 대해 “20세기 초 우리 나라 반일애국운동가”, “일제의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애국열사” 등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북한 최고의 역사서인 ‘조선전사’는 안 의사의 의거에 대해 “이또 놈을 처단한 안중근의 애국의 총성은 조선사람이 일제놈들과 굴함 없이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조선강점에 피눈이 돼 날뛰는 일제 침략자들의 죄행을 세계의 면전에서 폭로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됐다”고 밝혔다.
조선전사는 안 의사 등 몇몇 애국인사의 활동을 거론하며 민족의 애국심과 ‘반일투지’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는 했지만 나라의 독립을 지켜낼 수는 없었다고 한계를 지적한 후 “이 투쟁은 그 후 반일민족해방운동에 충분한 반일역량의 준비 밑에 옳은 지도이론과 전략전술에 의거해 투쟁이 영도될 때만이 민족해방의 성스러운 위업을 이룩할 수 있다는 심각한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조선전사는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하게 된 계기, 재판장에서 기개와 지조 등을 중심으로 여러 쪽에 걸쳐 안 의사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저격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신문을 통해 이또 놈이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정각에 하르빈(하얼빈)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안 의사)는 은밀히 하르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은밀하고도 민첩한 동작으로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기차에서 방금 내린 이또 놈에게 권총으로 복수의 명중탄을 퍼부어 그 놈을 즉사시켰다. 이때 그는 원수를 쏴 죽인 다음 ‘조선독립만세!’를 몇 번이나 소리높여 부름으로써 조선인민의 불굴의 애국적 기상을 보여주었으며 침략자들을 전율케 했다” 북한에서는 애국투사 안 의사의 활동을 소재로 영화와 연극, 문학, 조각작품 등이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1979년에 개봉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사망한 엄길선 전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총장이 감독한 이 영화는 서신향, 박기주 등 북한의 유명 배우들이 열연, 당시에 주목을 받았다.
북한 영화계는 이 작품에 대해 배우들의 사실적 연기와 촬영 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잘 됐다면서 “영화예술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데서 획기적 의의를 가지는 기념비적 대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외 김일성 주석이 1928년에 창작했다는 같은 제목의 연극, 조각 ‘애국열사 안중근’(리일명 작) 등도 북한에서 유명하다.
한편 안 의사의 조카 안우생(1907-1991)씨의 묘도 북한의 애국열사릉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