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지원 어떻게?…”투명성부터 따져봐야”


세계식량계획(WFP)에 이어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미국과 한국의 민간지원 단체들도 긴급한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분배 투명성과 함께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모니터링 문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북한 식량난에 대해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지난해 식량 작황이 특별히 나빠져 그것 때문에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렵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 북한 시장의 식량수급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다. 다만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현금 보유량이 감소해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이에 따라 북한 내 전체 인구의 5% 가량으로 추정되는 ‘장기 극빈층’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분배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이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모니터링은 북한 당국이 안내하는 곳에서 미리 준비된 주민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면서도 투명성 문제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고려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전달해온 분배 보고서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WFP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이 기구는 2010년 7월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 24개월 동안 북한 지역 60개 군 1만6,667개(1,219 배급소, 1,658 초등학교, 9,354 보건소, 4,344탁아소, 67소아과, 25고아원) 기관을 통해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간단체의 영양식 지원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달 4일과 11일 함경북도 온성군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빵과 콩우유가루를 지원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국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세계협의회 직원 1명이 현장을 직접 1주 1회 방문해 전달하고 있어 분배투명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모니터링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최근 국내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지원한 쌀을 ‘배급 받았다’는 응답은 106명(21.2%)에 그쳤다. 이 중에서 29명(27.4%)은 지원 식량의 전량 내지는 일부를 ‘국가에 반납했다’고 답했다.


◆분배투명성 보장 합의 어려워=대북 전문가들은 분배투명성 강화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전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분배투명성 강화 요구는 북한이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이 국제기준에 맞는 분배투명성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권 부원장은 북한 당국이 직접 식량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난 정부에서 진행했던 방법보다 더 나은 방안의 모니터링을 요구해야 한다”며 “북측에 어떤 계층과 어떤 지역의 식량난이 심각한 지에 대한 자료를 먼저 요구하고 현재의 (북측의) 배급 상황은 어떠한지를 먼저 알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부원장은 만약 “북측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으면 된다”면서도 “인도적 지원에 대한 요구 조건이 맞는다면 계속 지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北당국 전용가능성 최소화 방안 찾아야=때문에 전문가들은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이 가능한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의 전용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물품을 지원하고, 지원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른들은 잘 먹지 않는 가공 처리된 과자와 같은 식품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간부들에게 돌아갈 만한 지원품을 절대로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간부들은 그래도 쌀을 먹기 때문에 옥수수나 밀가루 같은 것을 보내게 되면 주민들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런 것을 보내는 것도 좋은 지원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권 부원장도 “쌀 지원은 절대 안 되고, 옥수수는 국제 곡물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 비싸니까 (지원하게 된다면) 밀가루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밀가루는 단기간에 반드시 소비를 해야 하고 국제가격도 쌀보다 낮다. 또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면 주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 북한 당국에 의해 시장에 나오더라도 전체적인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권 부원장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지원된 쌀이 장마당에서 팔리고 간부들에게 들어가게 된다면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전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대북전단지에 대북지원 사실을 꼼꼼하고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면 북한 주민들도 남한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 방법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도 얻을 수 있고, 훗날 지원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차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요 간부들은 인터넷을 통해 우리 정부의 사이트를 모두 볼 수 있다”며 “정부나 민간단체의 홈페이지에 연간, 연말 단위의 지원내역이 아닌 매일 지원되는 내역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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