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지원과 비난은 별개?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대북 식량지원에서 감안할 요소들로 북한의 대남 비방 정도 등 북한의 태도, 국내 여론, 북한의 정확한 식량 사정 등 3가지를 들었으나, 전례로 볼 때 북한이 남한의 식량지원을 기대해 대남 비방을 멈추거나 크게 누그러뜨릴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발표되기 전엔 물론 그 후에도 북한 매체들의 대미 비난엔 변화가 없다.

21일만 해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식량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한 비난전’ 제목의 글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세계 식량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인구가 3억5천만명에 달하는 인도를 지적한 발언으로 인도측의 반발을 산 사실을 자세히 전하면서 “미국은 세계 식량가격 상승을 두고 입을 잘못 놀려 망신스러운 봉변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날 ’미국은 인권유린의 왕초’라는 제목의 다른 글을 통해선 미국의 반테러전이 인권파괴를 낳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원조를 받고도 ’할 말은 한다’는 식의 북한 태도는 남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던 1995년 6월 당시 김영삼 정부는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가진 접촉에서 쌀 15만t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북한 매체들의 대남 비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평양방송 등의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호전광”, “역도” 등의 인신공격성 비방과, 남한 정부에 대한 “파쇼괴뢰” 등의 비난, “노동계급의 힘찬 투쟁에 의해 남조선 정권은 자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반정부 투쟁 선동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첫 지원분 2천t의 하역작업이 완료된 6월 28일 이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는 김일성 주석 1주기(7.8)를 앞둔 특집보도가 많았기때문이며 내부 추모행사가 끝나는 즉시 비난공세는 원래대로 되돌아 갔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이북도민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북한도 조금만 열면 잘 할 텐데 계속 비난을 한다. 그거 좀 고치라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난해서 덕을 본 습관이 있는 듯 한데 비난을 하고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통일부가 21일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서 감안할 요소들로 ‘북한의 대남 비방 정도 등 북한의 태도’를 든 것도 이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북한의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등 대북 식량지원의 전제조건을 서서히 완화하면서 식량을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에도 북한의 대남 비방.비난의 대상과 수위는 아랑곳없이 여전하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20일 ’민족을 등진 사대매국노’ 제목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한나라당을 ’이명박 패당“으로 비방했고, 평양방송도 같은 날 ’실용정부의 집권위기는 반역의 대가’, ’친미 호전분자의 쓸개빠진 망동’ 등 제목의 보도물을 내보냈으며, 다른 매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독도 문제 등 현안마다 이 대통령과 그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 대통령이나 체제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비난을 중단한 것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반세기 만에 성사돼 상호 비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부터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유지됐으나, 새 정부 출범 후 이 대통령과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 합의사항의 이행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북한 입장에서 자극적인 발언들이 나온 이후 돌변해 ”역도“ 비난 공세가 재개됐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평화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당시 상황을 상기하며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는 이상으로 험한 단어를 써 가면서 비난을 하고 있을 때“였지만 대북 식량지원을 통해 ”화해협력을 시도했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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