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숨 고르며 ‘내부다지기’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 이후 더 이상 `벼랑끝 타기’를 중단한 채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7월의 미사일 발사와 10월3일 핵실험 예고, 같은 달 9일 전격적인 핵실험 실시 등의 순서로 위기 상황을 고조시켜온 북한이었지만 일단 핵실험 이후 추가적인 도발은 사라진 상황이다.

핵실험 이후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두 말할 것 없이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제도를 허물려고 날뛰는 미국의 각본에 따른 것으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강한 반발과 동시에 대변인은 “우리는 금후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해당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동시에 취했다.

미사일과 핵실험을 통해 ‘자위적 억제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한 만큼 반응을 지켜보면서 외교를 통한 협상국면에 들어가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어 북한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외교국면으로 들어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추가적인 핵실험 계획이 없음을 밝혔고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입구’만 열리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탕 국무위원에게 전달했다.

중국은 북미간 중재에 나섰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북.중.미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이 대외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라면 내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을 맞아 전주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내는 ‘내부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10만명의 주민과 군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군민대회를 열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일심단결로 맞서자고 강조했다.

대회에서 최태복 당 중앙위 비서는 “미제국주의자들이 제아무리 강권과 전횡으로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고 광분하여도 승리는 정의의 편에 있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당의 선군영도따라 일심단결의 위력과 자위적 국방력으로 미제의 책동을 짓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주민들에게 강조하면서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해 왔다면 이제는 ‘핵보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김정일 정권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양시내 곳곳에는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다그치자는 입간판들이 세워졌다.

평양대극장, 룡흥4거리, 보통문, 황금벌역, 충성의 다리, 선교4거리, 련못동4거리 등 평양 시내 주요 길목 19개소에 수십점의 구호가 일제히 나붙었다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전했다.

1990년대 중반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을 경험하고 200만∼400만명에 달하는 아사자와 수많은 탈북자의 발생을 목격한 북한 지도부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비하기 위해 주민들의 사상무장을 더욱 옥죄는 형국이다.

또 경제적으로 외부의 지원과 도움에 기대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해 나가자는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9일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더 높이 비약해 나가자’는 1면 사설을 통해 “적들의 비열한 반공화국 책동을 짓부수기 위한 가장 위력한 무기는 일심 단결과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에 있다”며 “전군중적으로 내부 예비를 적극 탐구.동원하고 절약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핵실험으로 국제사회 위기조성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북한이 유엔의 제재에 대해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공간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체제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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