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행차량이 어째 대통령보다 앞서 가나?”

▲ 노 대통령 평양 카퍼레이드

청와대 경호실과 북한 호위총국.호위사령부 등 남북 경호기관은 지난 2∼4일 평양 남북정상회담기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사전 예행연습 없이도 합동 차량대형으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2천리 길을 주행하는 등 성공적인 남북 합동경호의 선례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측 경호기관은 예상과 달리 지난 2000년과 비교해 보다 세련되고 선진화된 면모를 보이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경호를 위해 대통령 전용차량 이용 방북, 남측 경호차량 수행, 위성전화 사용, 대통령 전용기 평양 순안공항 대기 등 다양한 요구들을 전향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합동경호과정에서 양측 경호 책임자들은 같은 차량에 동승해 무전으로 상황을 함께 전달받고, 정보를 공유해 경호 상황을 물 샐 틈 없이 지휘하는 등 일사불란한 파트너십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경호선발대가 방북, 실무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국내언론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량동승을 `경호공백’ 사태라며 `돌발행동’, `비상사태’라는 용어로 표현하자 북측은 남쪽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시하며 하기도 한 것을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의 성의있는 협상을 거쳐 합리적인 결정들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 北, 김정일 위치노출 우려 불구, 위성전화 사용 허용 =

0…북측 경호팀은 대통령 전용차량의 사전방북, 대통령 전용기의 평양순안공항 대기 허용 등 이미 알려진 호의적 조치 외에도 노 대통령의 완벽한 경호를 위한 여러 파격적 조치들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 경호팀의 위성전화 사용이었다. 북측 경호 관계자들은 위성전화와 같은 위성장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치가 노출돼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초에는 위성전화 등 위성기기 사용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실 관계자는 “이 문제는 남북 경호관계자 실무회의에서 최대 난제였다”고 말했다.

남측은 국가지휘통신망 확보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 끈질기게 설득하는 노력을 펼친 끝에 북측이 남측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남측 경호팀의 구급병원 사전답사 문제도 이견이 노출된 사안이었다. 모든 상황을 가정하는 가운데 방북 기간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남측은 병원 사전 답사를 요청했다. 북측은 그러나 병원 시설의 공개를 꺼렸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경호의 관점에서 남측은 현장 확인을 거듭 요청했고, 결국 남측 핵심 관계자들만 병원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또 대통령 차량 행렬에 편성된 남측 `의무차량’에는 첨단 의료기기를 탑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다.

북측은 또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에 태극기와 봉황기 등 차량기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고, 번호판까지 있는 그대로 평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난 2000년에는 남측 대통령 전용기에 부착된 태극마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과 비교해 달라진 태도였다는 설명이다.

= 北, 처음엔 “북측 비행기 사용해야 한다” 주장 =

0…방북 차량의 경호안전에 대한 요구도 북측은 대부분 수용했다.

대통령 전용차량 사전답사에 따라 청와대 경호실의 최정예 운전요원들도 사전에 남북 합동 육로이동에 대비한 특수 기동훈련을 실시할 수 있었고, 방북과정에서 남북의 50여대 차량이 총 4㎞에 이르는 행렬을 이뤄 100㎞의 속도로 안전주행할 수 있었다는 게 경호실 설명이다.

또 노 대통령은 육로편으로 평양을 방문했지만, 대통령이 급거 귀국해야 하거나 육로 귀국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 전용기도 평양 순안공항에 함께 대기했다.

당초 북측은 선발대 협의과정에서 “북측 비행기를 사용해야 한다”며 남측의 대통령 전용기의 순안공항 대기 요청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다, 실무회의 막바지에 남측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외국 방문시 경호에 대한 책임은 방문국 경호기관에 있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다. 이는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경호책임은 북측 경호기관에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경호실이 준비한 경호계획을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의 경호차량이 군사분계선을 넘는다는 것도 북측으로서는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난제였다. 경호안전의 위해요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북측 군사시설 노출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북측 경호기관은 남측 경호선발대의 제안을 수용했다. 특히 양측은 실무협의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화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한다.

실제로 북측은 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에 따르는 경호를 준비하기 위해 행사 수일 전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 경호팀을 파견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했고, 남쪽 지역에 대한 강력한 안전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경호대책 확인후 대통령 무개차 퍼레이드 OK =

0…평양 방문 첫날 노 대통령의 무개차 탑승을 둘러싸고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남북 경호관계자 실무회의에서 지난 2000년에 실현되지 않은 대통령의 무개차 퍼레이드를 제안했다. 북측은 2000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무개차 퍼레이드를 제안했지만 남측 경호팀이 경호문제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었다.

이번에도 남측 경호팀은 경호안전에 대한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들어 ▲사전 실제 사용 차량 확인 ▲남측 경호원 탑승 보장 ▲연도 경호안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북측은 차량 확인과 남측 경호원의 선탑자 탑승 보장을 받아들이고, 카퍼레이드가 진행될 평양 시내 연도에 `안전요원’을 3중으로 배치하는 등 별도의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거듭 무개차 탑승을 제안했고, 남측은 최대한의 경호 안전대책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무개차 탑승을 받아들였다.

= 상반신 노출 `선루프 경호’에 북측 호기심 표시 =

0…이번 회담과정에서 북측 경호기관은 남측의 다양한 경호기법과 장비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첨단 경호장비를 탑재해 다양한 사주경계 및 경호를 실시하는 청와대 경호실의 대형 SUV 경호차량이 이용된 것으로, 노 대통령이 평양시내 무개차 카 퍼레이드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호원이 경호차량 지붕 위로 상반신을 노출하는 이른바 `선루프 경호’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북측 경호요원들은 “남측 경호원들은 이런 것까지 실시하느냐”고 호기심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것.

= 남북 경호책임자, 동승차량서 무전기로 상황 공유 =

0…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기간 남북 경호기관은 합동 경호의 전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이다.

행사 기간 내내 남북의 경호 책임자가 차량에 나란히 동승해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정보를 전파했다.

경호실 관계자는 “남북의 경호 관계자가 한 차량에 동승해 경호안전 관련사항을 공동으로 지휘한 것으로, 남북 합동경호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 北 “수행원 차량이 어찌 대통령보다 앞서 가나” =

0…남북 합동경호 실시 과정에서 수행원 차량의 선(先) 출발 문제를 놓고도 남북간에 견해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남측은 대통령 일행의 본대가 출발하기 전에 수행원 차량을 먼저 출발시켜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지만, 북측은 최고 통수권자가 도로를 사용하기 전에 다른 일행이 이용하는 것을 결례로 여긴다는 점에서 관점의 차이가 노출됐다.

남측은 터널이 18개나 되는 평양∼개성 고속도로의 도로 특성과 예정된 공식환영식장에 정시에 도착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수행원 차량의 선출발을 강력히 요구한 끝에 북측이 수용했다.

= 노대통령 “서울처럼 편안했다”..北 경호원과 기념촬영 =

0…노 대통령은 행사 마지막날 북측 경호 책임자에게 “서울에서처럼 편안했다”며 북측 경호 관계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대통령 내외가 직접 북측 경호요원과 사진촬영을 하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에 북측 관계자는 “경호원이 정상과 초대소 현관에 함께 서거나 사진촬영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호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행사기간 북측 경호 관계자들의 자세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경호실의 평가이다.

북측 경호요원들은 정장에 경호무전기 등으로 한층 세련되고 선진화된 면모를 보였고, 남측의 경호차량과 경호장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등 열린 자세를 보였다는 것.

노 대통령이 방북 첫날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북측 경호 관계자가 나타나 “제가 이번에 대통령님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경호책임자입니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라며 깍듯이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는 후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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