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2만여 명의 북한군과 10만 여명의 주민들을 동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우리군 당국은 북한 주민 29개월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는 총 1조 6천억 원 이상을 이번 열병식에 탕진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초 오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열병식은 우천으로 인해 오후로 연기됐다. 한국 시간으로 3시 20분경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열병식을 방영하기 시작했고 3시 22분경 김정은이 열병식 주관을 위해 김일성 광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북한 조선중앙방송 전파를 탔다. 열병식은 거수경례를 한 김정은이 북한군 대열을 지나고 리영길 총참모장이 사열 보고해 본격 시작됐다.
3시 30분경 비춰진 주석단 자리에는 김정은과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열병식을 관람하며 수시로 대화를 나눴으며, 특히 류 상무위원은 김일성광장을 가득 채운 북한군 대열을 본 뒤 김정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거나 대열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황병서 당 비서가 김정은의 오른쪽에 자리했으며,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양건 통일선전부장, 김기남 당 비서 등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김정은 뒤편에 서 있다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면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러시아와 이란 등 우호국 대표단들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김정은은 3시 54분쯤 연단에 서 ‘인민’과 ‘청년’ ‘미제 타도’를 강조한 연설을 25분 간 실시했다. 김정은이 육성 연설에 나선 것은 지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 이후 3년 만이다.
김정은은 “이날의 성대한 열병식과 군중시위는 노동당이 장장 70년간 군대와 인민을 영도해 다져온 무지막지한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광명한 미래로 용기백배 나아가는 천만군민의 혁명적 위상을 만천하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은 미국을 겨냥해 “침략과 전쟁으로 제 몸집을 불려온 미제가 원하는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하겠다”면서 “조국의 하늘과 인민의 안위를 수호할 만반의 준비를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0월 10일은 우리 조국과 인민에 있어 운명을 책임질 뜻 깊은 혁명적 명절”이라면서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며 우리 당의 힘이 인민의 힘이다. 우리 당의 위대함이 곧 인민의 위대함”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연설 직후부터는 2만 여명의 북한 육·해·공군과 노동적위군의 열병식이 시작됐으며, 10만 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민간 퍼레이드인 군중시위와 카드섹션도 진행됐다.
북한군 열병 행진에는 김일성 항일투쟁 관련 부대부터 모습을 드러냈으며, 6·25 전쟁 참전 부대를 재현하는 행진도 진행됐다. 북한 육·해·공군 이외에도 여군군악대와 소년근위대 등 부대별 행진이 이어졌다.
무기 퍼레이드에는 기존에 공개됐던 107mm·122mm·240mm 방사포에 이어, 신형 300mm 방사포와 북한 특수부대 기습 침투기인 AN-2가 처음에 등장했다. 신형 300mm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180~200k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강력한 무기로 분류된다. 기습 침투기 AN-2는 이날 당 창건 70년을 상징하는 숫자 ‘70’을 하늘에 띄운 채 비행쇼를 벌였다.
이밖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개량형도 이날 공개됐다. ICBN KN-08은 이미 지난 두 차례 열병식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이날 등장한 기체는 기존형과 다른 탄두 형태를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개발 중인 KN-08은 아직까지 시험 발사된 적은 없으나, 최대 사거리가 1만 20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이날 처음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열병식은 2011년 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다섯 번째다. 2012년에는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과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기념해 열병식이 열린 바 있으며, 2013년에는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7월 27일)과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에 열병식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