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방방송 중단 요구 배경

비록 남북 공동보도문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북측 장관급 대표단은 남측에 대해 ‘비방 방송’ 중단을 또다시 요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 양측은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상호 비방 방송을 중단했으며 북측은 2003년 8월 1일 대표적 대남비방 방송이었던 ‘구국의소리’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또 양측은 작년 6월 개최된 제2차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설치된 전광판과 확성기 등 선전 수단 철거에 합의, 이 합의에 따라 철거를 진행하다가 지금은 중단상태에 있다.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관계기관의 대북방송과 KBS 사회교육방송 역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측에 대한 체제 비난성 내용을 넣지 않고 귀순자 혹은 탈북자를 출연시켜 남측 사회의 모습을 전달하거나 남북 화해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방송들은 굳이 얘기하자면 선전 방송의 성격이지 비방 방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측 역시 남측을 겨냥해 평양 방송과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측 입장에서 보면 남측의 비방방송이 아니더라도 남측 사회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모습을 선전하는 대북방송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휴전선 부근에서 일기예보와 같은 최신 정보와 남한 유행 가요 등을 방송하고 체제선전용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밝혀 놓았던 것이 북한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북한은 작년 10월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대북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소리방송(VOA)’ 등에 대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또 작년 4월 군사분계선(MDL) 선전 수단 철거에 합의했던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는 북측 회담 대표들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남한에 있는 상당수 탈북자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의 대북방송을 즐겨 들었다”고 증언하고 있을 정도로 이들 선전방송이 북측에 주는 체제 이완 효과는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측 대표단이 ‘비방 방송’이라고 언급한 대상은 실은 남측의 대북 선전 방송을 지칭하는 것으로 북측에서 쓰는 표현대로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고심 끝에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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