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부터 준전시상태에 돌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을 빌미 삼아 전쟁 분위기를 연출해 군과 사회의 기강을 강화하는 목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시에 ‘전쟁이냐 평화냐’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남한 내 대선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소식통은 26일 “공개적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당·군 내부 체계를 통해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국에서 최근 계속해서 ‘전쟁 준비’ 등을 강조하며 긴장을 고조시켜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83년 팀스피릿 훈련, 1993년 NPT 탈퇴, 2010년 11월 연평도 도발 당시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는 준전시상태를 무려 1년 반이나 유지했다.
이처럼 남북간 군사적 긴장 수위가 고조될 때 준전시상태를 발령했던 북한이 별다른 외부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준전시에 돌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한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의문이다.
일단 대북 전문가들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켜 체제 내부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22일부터 진행했던 전시대비 태세 훈련의 연장선상에서 내부 단속용으로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방문해 ‘NLL 사수’ 의지를 천명하자 이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는 행위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했다. 이후 전시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고, 전국에 대공(對空) 훈련과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효과가 미진하다는 판단에 군사적 긴장국면을 더욱 고조시키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DMZ 민경부대원이 상관 살해 후 귀순하는 등 군내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판단도 준전시상태 발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작황 악화, 만성적인 경제난에 따른 주민들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도 약화에 따른 결속차원으로도 읽혀진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최근 남북 군사경계선에서 탈북 병사가 속출함에 따라 북한 당국은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군과 주민의 결속을 도모하고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노크 귀순’ 등 사회 내 기강해이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6.28조치에 대한 부정적 전망, 식량작황 악화에 따라 민심이 불안해지면서 정권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남한 대통령 선거를 겨냥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면 충돌에 대한 우려에 따라 야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북풍’ 선동차원이다. 2010년 지자체선거(6월2일)를 앞두고 천안함 폭침(3월 24일)을 일으켜 ‘전쟁이냐 평화냐’는 논란이 일었던 것에 재판을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는 “남한에 ‘전쟁이냐 평화냐’ 식의 프로파간다를 하는 것일 수 있다”며 “남북 대결국면을 조성해, 대선에서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달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진행되는 해군·해병대의 호국 합동상륙 훈련 실시에 따른 대응 차원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 진행되는 호국훈련에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발령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