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안정 위해 ‘속도전’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권력공백을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김 위원장 사망 직후부터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호칭을 전대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놓더니 공식 애도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30일에는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 부위원장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전격 추대했다.


북한 매체가 이미 지난 24일 김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20주년을 맞아 김 부위원장 최고사령관 추대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새 지도자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내년 1월 김 부위원장의 생일이나 2월 김 위원장 생일 등 주요 기념일을 전후로 추대할 것으로 점쳐졌다.


김 위원장도 생모 김정숙 생일에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는 점에서다.


현재의 속도라면 곧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 부위원장을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4월 개정한 북한 헌법 제102조는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최고사령관이 국방위원장을 겸임한다는 조항인 셈이다.


김 부위원장의 군권 장악은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계승한다는 점도 있지만, 군권부터 가져야 정치적 불안정과 지속적인 경제난 속에서 체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1990년대 중반 기아사태 때 군을 동원해 사회 이완현상을 막고 체제를 지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 위원장 영결식 때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이 전부 무장한 호위사령부 군인들로 채워졌고, 영결식 연도에 국가안전보위원과 인민보안원이 아닌 군인들로 채워진 것도 김정은 체제 안정화 과정에서 군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새 지도부의 이 같은 속도전 양상을 볼 때 김 부위원장이 머지않아 노동당 총비서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군권 장악에 이어 당권 장악을 위해 당 최고 직책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권력 공백을 메우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신속한 권력승계가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 와병 이후 불거진 북한체제 붕괴론은 그의 사망으로 국제사회에 확산조짐을 보였고, 북한이 머지않아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아직 적지 않아 이를 잠재우는 게 시급하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기득권 세력은 물론 주민들도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안 지 불과 3년밖에 안된 터라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북한 국방위가 전날 성명을 통해 “남조선 괴뢰들과 세계의 반동들은 더이상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우리의 ‘급변사태’와 ‘체제의 불안정성’을 유도해보려고 어리석게 놀아대지 말아야 한다”고 호언했지만, 이는 역으로 북한의 우려를 반증한 셈이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은 북한 권력층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지탱해온 권력층에는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함께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권력암투보다는 김정은 체제 안정과 고수가 더 시급해 똘똘 뭉쳐야 하고 이를 대내외에 과시해야만 한다.


북한이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데서 김 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김정은 통치시대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3년차 수습’인 김 부위원장에게 국정 운영을 맡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변고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10·8 유훈’을 언급한 점이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대장계급장을 달고 모습을 드러낸 점 등이 이런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그렇지만 김정은 체제가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나타난 권력 내부의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단 현재로서는 북한 지도부가 의기투합해 권력공백을 막기 위해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에 속도를 내는 것 같다”며 “이러한 단결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된 이후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장성택 등 핵심세력 간의 갈등이 고개를 들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