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신년사로 주민자책 유도 확인…“책임전가 의도”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신년사 ‘자책’ 대목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자아비판 분위기를 유도하는 정황이 북한 인터넷 선전매체에서도 확인됐다. 이는 최근 북한 당국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가 원수님(김정은)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내가 잘못했다’는 식의 자아비판을 강요하고 있다는 ‘데일리NK’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16일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함경북도 무산군 간부·주민들의 소감을 담은 ‘무산군 주민들 모두가 자책의 눈물을 흘렸습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메아리가 이날 게재한 글에 따르면 김충성 함경북도 무산군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일꾼(간부)으로서 올해 신년사의 충격이 컸다”면서 “구절구절을 학습할 때마다 정말 머리를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충성은 이어 “일꾼들은 원수님(김정은)을 진심으로 받들겠다고 말만 했지, 실지(실제) 당의 구상과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 몸을 촛불처럼 불태웠는가”라고 자문하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이) 우리들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시는 신년사를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신년사의 과업을 관철하기 위해 “늘 일감을 찾아쥐고 긴장하게(긴장하며) 전투적으로 일해 나가겠다”고도 다짐했다.

지난해 함경북도 홍수로 피해를 당한 주민 리옥심(58) 씨도 “새 집에서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시고도 자신을 자책하시는 원수님의 그 영상을 뵈우며 울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데일리NK는 지난 11일 북한이 1월 한 달을 ‘전당(全黨), 전민(全民) 학습기간’으로 정해놓고 연일 강의와 토론, 자아비판과 호상(互相)비판을 위주로 신년사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메아리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도 ‘자책’ 위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데일리NK 보도 내용을 확인한 셈이다.

‘최고존엄’ 우상화를 강화하고 있는 김정은은 지난 1일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 뿐이였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자책성 발언을 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신년사 ‘자책’ 대목을 주민들에게 ‘자아비판’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 사실상 주민의 ‘불평’조차 원천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더 엄격히 단속하면서 주민 사이에서 ‘수령책임론’이 제기되자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이와 관련 고위탈북민은 16일 데일리NK에 “다른 곳도 아닌 왜 하필 수해지역 무산군 일꾼의 말이 ‘메아리’에 실렸는지 주목해야 한다”면서 “무산군 일꾼들이 수해 이전에 미리 방비대책을 잘 세워놓았다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수해는 김정은 잘못 때문에 아니라 일꾼들 잘못이기 때문에 (일꾼들이) 이를 반성해야 한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했지만, (최근 북한 당국의 행태를 통해) 이는 스스로 민생 파탄의 책임을 지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료와 주민들에게 전가하려던 의도임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또한 죄 없는 주민들이 북한 현실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함으로써 최고지도자에 대한 원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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