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검증 수용’ 대가 원하는 듯

“북한측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북한과 미국간 핵 검증 협의와 관련, 북한이 자신들이 제출한 신고서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서 검증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가’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미국과 핵검증 협상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을 위한 미국의 확실한 지원 약속을 요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RFA는 최근 평양을 방문했다는 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이에 대한 미국의 확약을 “핵검증 동의의 담보”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북한이 핵 검증을 수용하는 대가로 국제기구 가입과 관련한 미국의 협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킨 상태에서는 북한이 AD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려 할 경우 자국법의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대의사’를 피력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기구 가입에 대한 미국의 확약을 보장받는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확실하게 알리는 방안이기도 하다.

북한은 1993년 3월 ADB 가입 의사를 처음 표했고 1997년 4월 가입희망 서한을 ADB 사무국에 접수하기도 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의 가입을 반대해왔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ADB로부터 이자부담 없이 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ADB 가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검증에 대한 협조의사를 구두로 피력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검증 이행계획서 작성에 들어가면서 요구조건을 내세웠다”며 “협상에 나선 사람들은 현재 협상 상황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북한에 적용되고 있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실현되더라도 다른 제재로 인해 북한의 요구를 실제 수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검증 이행계획서를 수용할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는 분명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태도를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일종의 시간끌기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협상의지를 버리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검증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의를 마무리짓고 조만간 6자차원의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법적 시한(11일)을 넘겼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협상의 의지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조만간 북.미 간에 활발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말께 중국에서 비핵화실무그룹회의에 이어 6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 뒤 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3단계 핵포기 협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상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설득노력과 이후 6자회담 참가국들의 행보에 따라 답보국면을 거듭하고 있는 검증협상의 진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