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개방 성공 가능성 거의 없다

▲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 있는 대내외적 조건이
구비되어 있었다 <사진:연합>

‘북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개혁개방 밖에 없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상당히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논리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주요 근거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핵문제가 불투명하고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현재의 북한과 70년대 중국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 조건

중국이 개혁개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조건 때문이었다.

첫째, 당시에는 공산주의와 국제공산주의의 권위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정치사상 조류에 영향을 적게 받고도 실용주의적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둘째, 중국공산당이 여전히 강력한 권위를 갖고 있어, 개혁개방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끌어낼 수 있었다.

셋째, 등소평, 호요방, 조자양 등을 비롯한 개혁개방 지도자들이 정치적, 도덕적 흠결이 없었다.

넷째, 70년대 말 당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소련을 고립시킬 목적에서 중국을 서방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것이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국제환경을 제공했다.

북한 체제, 개혁개방 역풍 못막아

그러나 현재의 북한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첫째,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완전히 붕괴되고 주체사상마저 급속히 약화됨으로써 개혁과 개방의 부작용과 역풍을 이겨낼 이념적 토대가 매우 취약하다.

둘째,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개혁개방의 구심 역할을 하기 어려울 만큼 권위가 실추되었다. 김정일은 오랜 기간 당의 조직질서를 무시한 채 일을 해왔고, 간부들도 당의 공식 결정보다 김정일의 기분과 취향에 더 신경을 써왔으며, 인민들도 극심한 경제난과 인권탄압, 부정부패의 책임을 주로 당에 돌리고 있다.

셋째, 김정일은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인권탄압, 부정부패의 만연 등에 결정적인 책임이 김정일에게 있으며, 더구나 복잡한 여자관계, 난잡한 사생활, 국가재산의 대규모 횡령, 김정일과 가족의 사치생활 등이 밝혀진다면 북한의 정치안정은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 현재의 국제정세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불리한 요소가 많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을 극히 가난한 후진국이자 도발적인 무법자이자 인권탄압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섯째, 개혁개방이 가속화될 경우 남한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 남한에 대비한 상대적 불만 등이 점차 커지면 매우 큰 정치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개혁개방, 체제붕괴 동시진행 가능성 높아

북한은 모든 권력이 김정일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혁개방 추진을 결정하기는 쉬울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결단에 따라 개혁개방이 추진될 경우, 몇 년 동안은 기존의 20% 미만에 머물던 공장가동률이 일정 수준 정상화될 수도 있고, 남한과 중국이 도와주면서 경제생활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정치적 불안정과 체제붕괴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과 동시에 찾아오게 될 정치적 불안정과 체제붕괴 사태를 인지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개혁개방을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추진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이나 붕괴는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이념적 조직적 힘이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 이미 모두 녹아내린 뒤에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해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성공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을 선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하기는 극히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끝)

김영환 논설위원

– 서울대학교 공법학과 졸업
–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회 위원
– <푸른사람들> 회장 역임
– 시대정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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