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접시인 방안’ 거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28일 ‘담화’는 핵신고관련 핵심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간접시인’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미국에 새로운 해법을 내놓으라고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특히 최근 한.미 양국에서 ‘8월 시한’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데 대해 급한 쪽은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라는 반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화에서 “미국측은 자기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우리를 한사코 죄인으로 몰려는 너절한 요술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한 것은 최근 제네바 북미회담에서 미국측이 UEP문제와 핵확산 의혹에 대해 북한이 간접시인하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담화는 그러나 “우리는 결코 부시 행정부의 그릇된 주장을 정당화해주는 희생물로 될 수는 없다”고 못박음으로써, 제네바회담 당시 김계관 부상이 갖고 돌아간 절충안에 대한 거부 입장읕 분명히 했다.

간접시인 방안은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는 내용을 핵신고서에 기술하고 이 내용에 대해 ‘반박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입장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지난 16일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계관 부상과 대화는 좋았으나 “그가 평양과 전화통화를 했을 때 (반응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표현 한마디’ 때문에 제네바에서 최종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비밀신고를 통한 간접시인 방식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시인한 사실이 미국의 다음 행정부에서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다는 불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번 담화를 통해 UEP문제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과 관련한 북미 제네바 접촉에서의 입장 차이가 확인되었다”며 “이들 사안에 대한 북미간 조율과정이 한계를 맞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북한이 납득할 수 있는 핵신고 해법을 제시하라고 압박하면서,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핵불능화가 중단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핵신고 문제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이렇게 되레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핵문제에 다급한 이해관계를 가진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핵신고 문제가 풀리면 대미관계가 진전되고 각종 정치.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채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노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비하면 느긋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김연철 연구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내에 북핵문제에서 성과가 필요해 서두르지만 북한은 부시 행정부에 비해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다급한 입장에 있는 미국에 핵신고 해법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미국이 핵신고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은 핵불능화 중단이라는 압박을 내세워 되받아 넘긴 것”이라며 “북한의 의도대로 핵신고 문제를 이끌어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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